행정명령 첫날부터 준비 부족…드라이브스루 진료소도 정체
진단키트 없어 수백명 돌아가…의료계 "밀집해 줄서면 되레 위험"
경북 포항시가 26일 0시 기준으로 전국 최초로 1가구 1인 이상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특별행정명령 발령(매일신문 25일자 1면)하면서 현장에서는 혼란과 반발이 잇따랐다.
포항시에 따르면 26일 북구 양덕한마음체육관과 북구보건소를 비롯해 남구 8곳, 북구 9곳의 임시 선별진료소가 신설되는 등 총 19곳에서 대대적인 검체 채취가 시작됐다.
포항시는 진료소 한 곳 당 1천500명씩 하루 최대 3만 명 정도를 검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번 행정명령 대상자를 남·북구 17만5천133가구와 다중 접촉 업종 종사자 등 어림잡아 20만 명 정도 추정된다. 이들을 31일까지 6일 안에 검사를 받게 끔 한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하지만 급작스런 행정명령에 첫날부터 준비 부족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양덕한마음체육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는 검사 받으려는 차량이 2~3km 장사진을 이뤘다. 기본 2시간을 기다려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고 샛길로 끼어들기하는 차량 탓에 경찰이 출동해 통제하기도 했다.
장량행정복지센터의 경우 진단키트 250명 분 밖에 준비되지 않아 오후 2시 전부터 줄을 선 250명 이외에 오후 2시 이후에 온 수 백 명은 빗속에 분통을 터뜨리며 되돌아가기도 했다.
북구 우창동 진료소가 설치된 유성여고 운동장에도 사람들이 500m 넘게 줄지어 섰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없었다. 주민 A씨는 "2m 간격도 안 지켜지고, 코로나19에 걸리게 하려고 줄 세우는 거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죽도시장 상인 B(50) 씨는 "지난 21일 나를 포함한 가족 4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25일 오후 죽도시장에 공무원들이 와서 코로나19 검사를 대대적으로 독려했다. 지침을 알고 싶어 시청에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도무지 전화를 받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또한 포항지역 SNS에는 '제외 지역이 왜 있는 것이냐', '검사를 받으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해야 하는데 직장인은 회사를 어떻게 다니며, 아이들은 누가 돌보냐' 등의 글들이 쏟아졌다.
의료인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됐다. 이들은 "유동인구가 많고 주소를 여기 두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드라이브 스루가 아닌 곳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며 다중에 노출되는 것이 일부에게는 되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국민청원에도 이날 '포항시의 보여주기식 코로나19 검사 행정명령 시정 조치를 요구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청원 제안자는 "취지는 좋지만 처음 시도하는 조치인데 납득되는 매뉴얼 하나 마련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행정편의성 조치"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적잖은 혼란과 반발에도 포항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포항시 관계자는 "불편을 드려 시민들께 죄송하다. 개선할 수 있도록 하겠다. 워낙 사안이 긴박해 이해해 달라. 문의 사항은 시청 코로나19 홈페이지에 Q&A에 잘 설명돼 있다"고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비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반면, 포항 지역만 계속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비난을 받더라도 이번 조치를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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