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여고 출신의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여걸이다. 서울 시내 25명의 구청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라서가 아니다. 일개 구청장에 불과한 그가 추진하는 정책의 크기와 강도가 남달라서다. 야당 소속 구청장이면서 죄다 여당인 24개 구청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서울이나 타 도시, 중앙정부마저 그의 정책을 따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표적인 것이 도심 횡단보도 그늘막(서리풀 원두막). 여름철 횡단보도 앞은 뙤약볕으로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서초구가 만들어 전국에 보급시킨 그늘막 덕분에 시민들은 한결 덜 힘들게 신호를 기다린다. 야간 보행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비신호 횡단보도 양옆에 LED 조명을 매립해 만든 '활주로형 횡단보도'는 경찰청이 '전국 표준 인증'을 하고 확대 보급 중이다.
이렇게 서초구에서 시작해 서울과 전국으로 퍼져 나간 정책이 20개를 넘는다. 조 구청장이 '전국구 구청장'이란 별칭을 듣는 이유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의 정책을 이렇게 다소 과도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이해하기 어려운 국민의힘 후보 선출 방식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100% 여론조사만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단다. 이럴 경우 국민의힘에선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나경원‧오세훈 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나‧오 두 후보는 서울시장을 했거나 출마했다가 떨어진 이력의 소유자다. 나 후보는 원내대표도 지냈다. 이 둘 외에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를 원하는 6명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들이 갖고 있는 정책이나 공약은 당원과 시민들에게 어필 한 번 해보지 못 하고 사장된다.
우리나라에서 서울시장은 대표적인 정치인의 위상을 갖긴 하지만 먼저 1천만 서울 시민의 수장이다. 그러려면 시민들이 인물의 적합도를 판단하게 해야 하는데 지명도에 좌우되는 여론조사로는 이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
물론 정당은 당연히 이길 수 있는 인물을 후보자로 내세우는 게 맞다. 하지만 선거는 바람이다. 바람을 일으키려면 치열한 경쟁이 필요하다. 노무현이 이회창 대세론을 뒤집고 대통령이 된 것도 바람이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후보를 선출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밋밋하게 뽑힌 후보보다는 경쟁을 통해 뽑힌 후보에 몰입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원내대표가 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미스터트롯' 방식으로 뽑겠다고 했다.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미스터트롯 경선 방식을 당 후보 선출에 도입하면 흥행이 보장되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당의 혁신을 위해 추진한 정책도 변화를 싫어하는 국민의힘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 새로운 스타를 만들어야 하는데 언제까지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밥상을 차리려는가.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대충 후보를 선출한 뒤 범보수 후보를 그에게 양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수긍이 간다. 아니면 안철수라는 벽을 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경선을 해야 한다. 멋진 토론을 통해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신선한 후보가 만들어진다면 안철수는 물론 여당 후보도 이길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대선 국면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쟁도 결국 이번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과연 보수에게 미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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