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보상제 둘러싼 여야정 '말말말'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직접 주문하면서 당정이 입법 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손실보상제 논의를 4·7 보궐선거를 앞둔 '매표행위'라고 비판하던 제1야당도 손실보상제 도입 필요성은 인정하되, 추가 예산을 동원하지 말고 기존 예산을 재조정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며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손실보상제를 둘러싼 여야정 인사들의 26일 발언에 주목해본다.
◆정세균, 홍남기에 "손실보상 제도화 세심히 준비하라"
정세균 국무총리는 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계부처 간 충분한 협의로 검토하되, 어려움을 겪는 현장의 의견을 세심히 살펴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지시하며 당정 간 혼선을 수습한 후 내각 수장인 정 총리가 최종적으로 못을 박았다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문재인 정부 5년차를 맞아 국민이 체감하는 국정 성과 창출을 위해선 내각이 원팀이 돼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내각의 '원팀' 기조도 주문했다.
총리실은 이 같은 총리-부총리 협의회 회의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 그동안 불거진 당정 간 갈등설을 일축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여당의 손실보상제 추진과 관련,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쉽지 않다"(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의 발언으로 반대 입장을 내비쳐왔다.
갈등설이 점차 부각되자 문 대통령은 25일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 사실상 여당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김태년 "손실보상 입법 논의 진행하겠다"
문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여당은 26일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두고 속도전을 예고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문 대통령께서 손실보상제를 당정이 함께 검토해달라고 했다"며 "당은 정부와 함께 팬데믹에 따른 손실보상을 제도화하기 위한 입법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참고하겠지만 우리 상황에 맞는 한국형 손실보상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한정된 재원에서 당사자 모두에 도움이 되는 피해구제를 제도화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잡고 "이번 주에 손실보상제 입법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고통을 덜기 위해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아무리 좋은 방법도 당장 도움이 안 되면 백약이 무효로 관련 입법에 최선을 다하고 사각지대가 없이 형평에 맞는 지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인 "예산 재조정해 손실보상 재원 마련해야"
국민의힘은 속도전에 나선 당정을 비판하면서도, 손실보상제 도입의 필요성은 완전히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방법론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국회에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대책 마련 간담회'를 열고 "금년도 예산이 550조원가량 된다. 이걸 재조정해서 일단 재원을 마련해야 재난지원금이니 손실보상이니 이런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정의 입법화 추진에 제동을 걸고 기존 예산에서 재원을 마련해 사실상의 손실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국무총리는 예산심의를 할 때 아무 소리도 안 하다가 갑작스레 손실보장을 하자고 한다"며 "중구난방식의 정부 시책을 갖고는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대통령이 중소벤처기업부에 손실보상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오라고 했는데, 번지수가 잘못됐다. 중기부가 그런 일을 할 능력이 있는 부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대선 여야 주자들도 공방
이날 여야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도 손실보상제에 대해 각각 찬반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26일 기본주택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보상을 위한 입법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입법이 되지 않더라도 지원이 아닌 보상 형태로, 명령에 의해 직접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정의 손실보상제 입법화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은 "기재부 중심의 손실보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손실보상 검토 지시는 타당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와 당정이 검토하도록 한 것은 문제가 있다. 손실보장의 주무부처는 당연히 국가재정을 담당한 기재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재정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고 미래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므로, 헌법이 정한 손실보상을 얼마나 할 것이냐는 재정의 책임부처인 기재부가 하는 게 옳다"며 "헌법이 정한 손실보상을 기재부가 책임지고, 정치권의 악성 포퓰리즘 압력에 굴하지 말고 수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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