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국이라 어디를 가더라도 체온을 재고 휴대전화 번호를 적는다. 최근 음식점에 들어가면서 갑자기 휴대전화 번호 가운데 네 자리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다.
일시적인 일이었고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대신 휴대전화로 확인하는 게 일반화된 상황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전화번호 기억보다 더 심각한 게 있다. 현대 생활의 필수품이 된 각종 비밀번호 관리다. 이를 위한 그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
예전 수십 개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다닐 때처럼 기억력에 의존하면 좋겠지만 문명의 이기가 숫자에 대한 기억력을 떨어뜨렸다. 어쩔 수 없이 각종 비밀번호를 한 군데 모아 휴대전화 노트에 저장하고 혹시나 해서 프린트까지 해 놓았다.
옥상옥은 또 있다. 휴대전화는 잠금 해제 패턴을 실행해야 열리고, 노트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내용물을 볼 수 있다.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을까. 노트 속에는 30개가 넘는 비밀번호가 담겨 있다. 일상생활과 업무에 필요한 것들이다.
아파트 거주자에게 필요한 두 단계의 비밀번호가 있다. 경북본사 근무 시절 숙소와 사무실 비밀번호도 담겼다. 은행과 카드사 업무, 항공사 마일리지 확인을 위한 것과 포털 사이트 이용 등 SNS를 위한 비밀번호도 여러 개다. 예전 타고 다닌 승용차 문을 여는 비밀번호도 있다.
회사, 기자 업무를 위한 컴퓨터 사용, 정보 이용 비밀번호도 10여 개나 된다. 비밀번호가 없으면 아무 일도 못 할 지경이다.
그나마 올해부터 공인인증서를 대신하는 민간인증서가 도입돼 다행스럽다. 특수문자를 포함한 10자리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매년 편안한 마음으로 갱신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연말정산을 하면서 민간인증서의 편리함을 맛본 시민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비밀번호 관리에 대한 개선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얼마 전 비트코인을 담은 전자지갑의 비밀번호를 몰라 2천600억원을 찾지 못할 위기에 빠진 미국 남성 이야기가 뜨거운 뉴스로 떠올랐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에 따르면 비트코인 중 20%는 주인이 전자지갑을 여는 데 실패해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여하튼 비밀번호 관리가 현대인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된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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