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취·양수장 정비' 의혹의 시선…낙동강 보 어떻게 되나

입력 2021-01-28 17:54:13 수정 2021-01-28 23:57:01

"물 이용 시설개선" 앞세운 정부…주민들 "해체 위한 수순"

대구 낙동강 달성보 수문 개방으로 인해 물이 빠져 20일 달성군 화원양수장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수면 밖으로 드러난 취수구를 사진 촬영하며 양수장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대구 낙동강 달성보 수문 개방으로 인해 물이 빠져 20일 달성군 화원양수장에서 한국농어촌공사 직원이 수면 밖으로 드러난 취수구를 사진 촬영하며 양수장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낙동강 구미보가 준공 이후 처음으로 24일 수문을 열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수생태계 영향을 최소화를 위해 수위를 시간당 2~5cm 수준으로 서서히 내려 현재 32.5m인 수위를 3월 중순까지 25.5m까지 낮낮춘 뒤 농사철인 4월에 다시 수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낙동강 대구경북 수계 보가 유지와 해체, 개방의 중대 기로에 섰다. 정부가 최근 금강과 영산강 수계 보 처리 방안을 확정하면서 다음 수순으로 낙동강을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서다.

당장 문제는 낙동강 수계 취·양수장 개선사업이다. 정부는 이 사업이 보 개방이나 해체 등과 상관없는 물 이용 시설의 환경개선이라고 강조하지만 낙동강 유역 지자체와 주민들은 결국 보 개방 및 해체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취·양수장 개선 나선 배경은

일단 정부는 낙동강 수계 취·양수장 시설개선 사업의 목적으로 보 개방이 아닌 물 이용 시설의 환경개선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기후 변화나 비상 상황 등에 대비해 취수구를 최저 수위까지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현재는 보 관리수위 이하로 물 높이가 낮아질 경우 취·양수에 지장이 생긴다. 낙동강 대구경북 수계 보와 연계된 취수장 13곳, 양수장 79곳이 시설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18년 7월 나온 감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보고서에도 이런 문제점이 지적됐다. 당시 감사원은 향후 보 수위 변화에 따른 양수장 기능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홍수 등 자연재해 예방을 위해 하천 수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 위해서도 취·양수장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 시설이 고장나거나 하천에 오염수가 유입됐을 때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3월 상주보의 수문 고장으로 취수장 2곳, 양수장 6곳의 취수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보 개방 두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달성군청 앞에서 열린 찬·반 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낙동강 구미보가 준공 이후 처음으로 24일 수문을 열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수생태계 영향을 최소화를 위해 수위를 시간당 2~5cm 수준으로 서서히 내려 현재 32.5m인 수위를 3월 중순까지 25.5m까지 낮낮춘 뒤 농사철인 4월에 다시 수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취·양수장 개선 위해 어떤 절차 밟나

정부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취·양수장 시설개선 계획을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이하 낙동강유역위)를 통해 심의·의결한 뒤 시행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행된 물관리기본법은 각 유역물관리위원회가 물 관리 종합계획 수립 및 변경, 물 적정 배분을 위한 유역 내 물 이동, 유역 내 물 분쟁 조정 등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환경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관련 시·도지사 등 9명, 중앙부처 8명, 공공기관 3명, 전문가·환경단체 등 위촉직 23명 등 총 44명으로 구성돼 있다.

낙동강유역위는 낙동강 수계 취·양수장 시설개선 의결안에 시설개선을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역할을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 주체의 예산 확보, 개선조치 사항 이행여부 관리, 조치계획 수립·제출, 시설개선 등 전 과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특히 의결안에는 개선사업이 보 개방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문안으로 명시해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북 낙동강 수계 주민, 지자체 등이 취·양수장 개선사업이 보 개방, 나아가 해체까지 염두에 둔 사전작업이라고 지적하는 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낙동강유역위가 최근까지 관련 지자체 등의 의견 수렴에 활발히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로 안건을 상정해 의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보 개방 두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달성군청 앞에서 열린 찬·반 집회 모습. 매일신문 DB

◆보 개방 반대 여론 넘어서야

하지만 낙동강유역위 개선안 의결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관련 지자체와 주민 반대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와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안건 상정, 처리를 시도하면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보 개방에 따른 취수장 개선이 필요한 상주시와 예천군은 수백억원 규모 사업비가 필요한 만큼 전액 국비 사업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지 않는다면 개선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양수장 시설 개선과 관련, 해당 시·군은 농민단체 등 지역사회와 의견 수렴, 대책 마련 과정을 거친 뒤 진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2017년 이후 정부의 보 개방 움직임에 따라 지역 농민단체 등은 수천 명이 모이는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들의 반대 입장이 여전한 상태에서 취·양수장 시설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정부가 보 개방과 무관하다는 입장이고, 보 개방 계획이 없는 만큼 구태여 시설 개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농민단체 반발을 우려, 시설개선 추진 시 한국농어촌공사 등 다른 기관에 의뢰해 시행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낙동강 보 처리방안 마련이 논란이 됐다. 취·양수장 시설개선 추진도 수년째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있다"면서 "정부가 여러 차례 의견 수렴을 하지만, 민원 해결을 위한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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