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플러스] 팔·다리가 찌릿! 몸 안에 번개가 친다

입력 2021-01-26 12:24:04 수정 2021-01-26 18:55:53

소아기·노년기에 집중 '발작 뇌전증'
뇌신경 세포 일부 비정상 전류 보내…간질로 유명, 반복적인 발작 발생
유선, 뇌 외상, 뇌졸중 등 원인 다양…적절한 약물치료 후 60% 이상 정상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어느날 한 대학생(20)이 학교에서 강의를 듣던 중 쓰러져 응급실로 후송됐다. 함께 병원을 찾은 친구는 "입에 거품을 문 채 팔다리에 힘을 주고 떨면서 경련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다행히 응급실 도착 후 의식을 회복했지만 혀를 깨물어 입술에 피가 묻어있었다. 그는 "전날 새벽 4시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고 밤을 새느라 잠을 3시간 밖에 못잤다"면서 "고등학교 2학년 때도 시험기간 중 경련을 하며 쓰러진 적이 있었고, 가까운 병원에서 뇌 컴퓨터단층촬영(CT)과 간단한 혈액검사를 하였으나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가끔 아침마다 양 손이 움찔거리며 떨리는 증상이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서, 부모님 역시 키우는 동안 머리를 다친 적은 없었고 어릴때부터 현재까지 특별히 많이 아팠던 적도 없다고 했다.

증세로 봐서 뇌전증이 의심되던 이 환자는 뇌 자기공명영상검사 (MRI)를 통해서는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뇌파검사에서는 이상소견으로 뇌전증파형이 관찰되다. 이후 그는 항경련제를 복용하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한 결과 치료 1년째 경련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다.

◆흔히 간질로 알고 있는 뇌전증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우리 몸의 신경세포는 전류의 흐름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뇌전증 발작은 뇌신경 세포의 일부가 갑자기 비정상적이고 과도한 전류를 발생시켜 일어나는 현상으로, 뇌전증은 이런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의미한다. 예전에는 간질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용어가 주는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이제는 뇌전증이라는 병명으로 부른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완치된 환자까지 포함할 경우 1천명 당 약 7.6명 정도가 뇌전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성별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발생 연령은 10세 미만 소아기와 60세 이후 노년기에서 많다.

뇌전증은 뇌를 침범하는 모든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고, 연령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를 수가 있다. 유전, 분만 중 뇌손상, 뇌 발달 과정중의 이상, 뇌염이나 뇌수막염, 뇌종양 ,사고 등으로 인한 뇌 외상, 뇌졸중 등이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가능하면 그 원인을 찾아 교정해줘야 한다.

원인 질환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럴 경우 뇌에서 비정상적인 흥분상태를 유발하는 신경세포가 어딘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 위치나 분포,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경우다.

뇌전증 발작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잘 알려진 형태가 전신발작이다. 환자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의식이 없고 양 팔과 다리에 뻣뻣하게 힘을 주고 떨기도 한다.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창백해지고 혀를 깨물어 입에서 피가 나기도 하며 대·소변 실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뇌전증 발작은 수 분 내에 종료되며, 이후 호흡이 회복되고 의식이 깨어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발작이 끝난 뒤 수십 분 정도 혼돈을 보이기도 한다.

부분 발작의 경우 팔 또는 다리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움찔거리기도 하고, 실제로는 낯선 상황이 갑자기 친숙하게 느껴지는 기시감(데자뷰)과 같은 정신증상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가 있다.

◆뇌전증의 치료

뇌전증의 진단에는 병력 청취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확실히 목격된 뇌전증 발작이 반복적으로(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확인됐다면, 다른 검사에서 이상이 없어도 뇌전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또 뇌전증 발작이 한번만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뇌 영상검사(뇌 MRI 등)에서 뇌전증과 관련된 이상 소견이 있거나, 뇌파 검사에서뇌전증과 관련된 파형이 관찰된다면 뇌전증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의 발작을 비디오로 녹화하면서 뇌파를 기록하는 비디오-뇌파검사를 24시간 이상 시행하기도 한다.

뇌전증 치료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방법은 약물치료다.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 뇌전증 환자의 약 60% 이상은 발작 없이 생활할 수 있고, 약 20% 정도는 수개월에 한번 정도의 드문 발작을 보인다. 따라서 뇌전증이 불치병이라는 말은 큰 오해다.

항경련제는 최소 2년 이상 복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항경련제는 발작의 빈도나 강도를 감소시키므로 예측할 수 없는 발작으로 인한 위험한 사태를 예방하고 환자를 보호할 수 있다.

박정아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
박정아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

여러가지 약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의 경우에는 증상 및 검사 결과에 따라 필요하다면 뇌전증 수술, 미주신경 자극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뇌전증 치료에 있어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생활습관 관리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규칙적으로 뇌전증약을 복용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히스타민제 등 일부 약물과 알코올의 경우 뇌전증 발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이 유지된다면 뇌전증 환자도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도움말 박정아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