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외국어고 3학년 채 양…3학년 진학 전에 진단 1년 휴학
항암치료·조혈모세포 이식 수술…투병생활 중 하루 17시간씩 공부
복학 후 공부하다 응급실 가기도
백혈병과 코로나19 사태에도 학구열은 막을 수 없었다.
경북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채예원(19) 학생은 백혈병 진단을 받고 1년을 휴학한 뒤 복학해 고위험군으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상태였지만 학구열로 이를 극복해 내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예원 학생은 2017년 3월 경북외고에 입학했다.
2학년 때까지는 매일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체력도 다른 학생 못지않게 좋았다. 1, 2학년 때는 전교 학생회 부회장을 맡아 교내 축제 총괄, 학생들을 위한 학교 환경 개선, 사이버외교활동반 활동 등 모든 부분에서 솔선수범하는 모범생이었다.
병마가 찾아온 것은 2학년 겨울쯤이었다. 처음에는 허리와 무릎, 잇몸 등에서 염증 반응과 통증이 시작됐고, 몸 곳곳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던 예원 학생은 결국 3학년 진학을 눈앞에 두고 2019년 2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이 때문에 3학년 진학을 포기하고 1년 휴학을 했다. 4번에 걸친 항암치료를 시작하고 2019년 6월 언니 채유정(이화여대 재학) 씨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거부반응으로 손과 발의 피부가 벗겨지고 알 수 없는 고통까지 이어져 진통제를 달고 살아야 했다.
가정 형편도 어려워 병원 치료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은 했지만, 학비와 생활비 등의 어려움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예원 학생은 언니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은 뒤 매일 운동을 하고 식단 관리 등으로 몸 관리를 하면서 차츰 건강을 회복했다.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는 동안에도 예원 학생은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하는 기간에도 하루 17시간씩 공부를 했다.
그렇지만 공부가 쉽지만은 않았다. 1시간도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몸이 아팠으며 항암치료로 눈이 침침해지고 복시현상(글씨가 두 개로 보이는 현상)으로 책을 오래 볼 수도 없었다.
지난해 3월 3학년에 복학하면서 더욱 조심해야 했다. 면역력과 체력이 약해 무리하게 공부할 수 없었고 공부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예원 학생은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냈다. 수능 당일까지도 면역억제제와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시험을 쳤다.
예원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학교의 배려도 있었다.
학교 측은 예원 학생을 위해 급식판, 수저, 책걸상 등 소독을 필수로 했고 감염 예방을 위해 1인 기숙사도 제공했다. 교사, 학생, 학교운영위원회 등은 성금 600만원을 모았고 학생들은 헌혈증 300장도 전달했다.
예원 학생은 대학 졸업 후 기후변화과학외교국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외교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예원 학생은 "몸이 완전하게 낫지는 않았지만, 대학 진학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며 "외교관이 돼 국가를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태국 경북외고 교장은 "예원 학생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이겨내고 학구열이 높아 학교에서 작은 배려를 했을 뿐"이라며 "교사와 학생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졸업하고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외고는 2021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재적생 113명 가운데 서울대 3명, 고려대 7명, 연세대 7명, 이화여대 2명, 성균관대 16명 등 수도권 및 국립대에 111명이 진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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