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기부 '백년가게'로 뽑혀
"대구 중구 종로에서 40년 동안 시민들의 머리를 손질하며 흥망성쇠를 함께 해왔습니다."
20일 대구 중구 엠두피엔아트월드에서 만난 전영숙(60) 대표는 "젊은 시절 종로에서 미용을 배운 뒤 내 인생을 바꿔준 마음의 고향이 돼버린 이곳을 떠나지 않고 40년째 잘 지키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대표는 오랜 시간 종로의 변화를 지켜봤다. 종로는 1980년대 초반까지 요정이나 술집 등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미용실을 자주 찾다 보니 한 때 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요정 등이 점차 사라지고 IMF를 겪으면서 종로가 쇠퇴하기 시작했다. 전 대표는 "종로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웠다"라며 "언젠가 다시 빛날 종로를 기대하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일하다 보니 어느새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고 말했다.자신의 청춘과 젊음을 함께 한 대구 종로.그리고 미용실은 자신의 분신이었다.
친언니의 추천으로 스무살쯤 종로의 한 미용학원에서 미용을 배웠다. 인근 미용실에 취직하면서 미용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가위를 잡은 지 3년 만에 그는 자신의 매장을 차렸다. 미용이라는 직업이 평생 자신의 직업이 될 꺼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현재 종로 거리에는 전 대표가 운영하는 미용실만 문을 열고 있다. 다른 미용실이 문을 닫게 된 것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골목 상권이 살아나면서 높아진 월세로 인해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이 전 대표의 설명이다.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미용실을 운영하게 된 것은 행복과 건강을 위해서 였다.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유년 시절부터 몸이 약해 잔병이 많은 데다, 모발 상태도 좋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전 대표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성격도 바뀌고 자신을 꾸미게 됐다"면서 "아름다움을 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항상 즐겁게 일하려고 노력하지만 전 대표도 오랫동안 일을 해오다 보니 힘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는 "가끔 우울증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오는데, 미용이 끝난 뒤 단순 변심으로 정성껏 해놓은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해달라는 분들이 있다"며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하지만 고객을 만족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백년가게로 선정됐다. 현재 이곳은 2층 헤어, 3층 두피 관리 장소로 나눠 운영 중이다.
전 대표의 미용실에는 특별함이 있다. 아들이 어머니의 기술을 전수 받아 가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아들에게 직업을 추천했다. 다행히 미술을 전공한 아들의 적성과 잘 맞아 함께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년 전부터 함께 근무 중인 그의 아들 신영민(37) 실장은 현재 한의대 평생교육원에서 두피와 피부 관리 강연을 하고 있다. 또 1주일에 이틀 정도 한국능력개발교육원에서 교육제도 안내 업무도 한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다양한 관리 기술 개발과 고객을 위하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가게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엠두피엔아트월드에서 가발을 사용하는 고객들의 말 하지 못하는 아픔을 중점적으로 치유하고 있다. 신 실장은 "가발을 착용하시는 분들은 땀띠나, 짓물러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에 조심스러운 관리가 필요하다"며 "탈모인들이 마음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들 모자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과를 내온 만큼 앞으로 노하우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전 대표는 2002년 경상북도에서 열린 국제 뷰티디자인 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신 실장은 2010년 국제헤어피부미용중앙회가 주최하는 국제헤어피부미용기능대회 반영구화장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들 모자는 "각종 대회나 교육, 일하며 습득한 미용 분야 노하우를 후배 양성에 힘을 보태고 싶다"면서 "많은 사람에게 미용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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