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의 거장, 그가 남긴 걸작

로바니에미 여행의 백미인 산타클로스를 만나고 다시 라플란드(Lapland)의 주도 로바니에미로 돌아왔다. 북극권에 있는 눈과 얼음의 도시 로바니에미는 많은 사람들이 라플란드와 눈을 동의어로 여길 정도다. 핀란드는 진정한 겨울왕국으로 불리고 겨울철 핀란드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북부 라플란드에 있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진정한 설국을 만나기 위해 라플란드의 핵심 로바니에미로 향한다. 교과서적인 설국이 여기에서부터 펼쳐진다. 로바니미에서는 일년 가운데 여섯 달가량 눈을 볼 수 있다. 한 해 절반이 겨울이다.

◆ 라플란드의 진정한 수도, 눈 속의 로바니에미(Rovaniemi)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에 의해 잿더미가 되었으나 전쟁의 참상을 딛고 일어선 도시다. 전후에는 핀란드가 자랑하는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한 신도시가 건설되어 핀란드 북부의 다른 도시와는 색다른 느낌을 주는 도시의 간선도로는 순록의 뿔 형태와 비슷하다. 인구 6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인근의 산타클로스를 테마로 한 명소와 북극건축가 알바 알토의 건축물을 보기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여행객으로 사계절 분주하다.
로바니에미에서는 6월부터 7월초까지 백야인 미드나잇 선 (Midnight Sun)을 볼 수 있다. 해가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더라도 5월말부터 8월초까지 하얀 밤이 이어진다. 백야인 로바니에미의 여름밤은 하얗다. 해가 지지 않는 밤, 백야는 북극권부터 북극까지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나타나는 여름 자연현상이다.
첫눈과 함께 오는 겨울은 대개 9월 말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크리스마스가 될 때까지 극야(Polar Night)의 어둠이 로바니에미에 내려앉는다. 한 해 가운데 하루가 가장 짧은 날인 12월 22일경은 북극권 위에 자리한 로바니에미는 이 시기에 낮에도 해를 볼 수 없다. 하지만 하얀 눈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도시는 은은하게 빛난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한 라피아 하우스
로바니에미 건축물 대부분은 걸어서 몇 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지역 안에 있다. 순록 뿔을 닮은 로바니에미 도심을 한바퀴 둘러보는 눈위의 산책이 좋다. 시내 중심가 로르디 광장(Lordi's Squeare)에 있는 관광안내센타에서 건축물 탐방 관련 안내를 받았다. 라플란드 도시 생활은 다채로운 문화 공간과 관광 명소, 쇼핑센터, 스포츠 시설, 레스토랑과 바 (bar)등이 모여 로바니에미를 라플란드 중심 도시답게 만든 것 같다.
저 멀리 촛불을 상징하는 야뜨까뀐띨라(Jätkänkynttilä)교랑이 보인다. 걸어서 복합문화센터인 라피아 하우스(Lapia House)를 찾았다.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하여 1975년에 완공되었다. 주로 라플란드 토속박물관, 극장, 콘서트 홀, 회의실 등 다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건물의 지하층은 라플란드 토속박물관으로 랩(Lap)족의 생활과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랩족은 북유럽 지방에 오래 전부터 살고 있던 원주민이다.
라피아 하우스는 복합문화센터로서 라플란드 주 전체의 문화저변 확대와 학술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한적한 로바니에미에서 처음 마주한 공간에서 따뜻함과 새로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시내 중심부에서 한쪽에 자리한 뾰족하게 솟은 첨탑이 인상적인 루터파 교회도 빼 놓을 수 없는 명소다. 모던한 외부 디자인과 높은 첨탑은 이곳에 소복이 내린 눈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교회는 세계2차대전때 파괴되었다가 1950년 재건된 핀란드에 있는 큰 교회 중의 하나다.
교회 뒤쪽으로는 제 2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병사들이 잠들어 있는 묘지가 있다. 눈 위를 걸으며 허기를 달래기 위해 세상에서 최북단에 있는 유명한 맥도날드 집을 찾았다, 최북단이라는 것에 뭔가 엄청 신기하게 다가왔다. 내가 진짜 북쪽에 와 있구나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곳에서 오로라가 그려진 엽서를 받아 북극권에 있는 나에게 엽서를 썼다.

◆ 북극권 박물관 악티쿰(Arktikum)
북극권의 상징이자 유명한 건축가 알바 알토의 대표적 건축물이라는 악티쿰으로 향했다. 악티쿰 박물관은 로바니에미에서 제일 유명한 장소다. 라플란드지역 최대 규모의 박물관으로 북극권의 대자연과 문화생태와 관련된 것을 전시하고 있다. 따라서 로바니에미를 찾는 여행자 대부분은 제일 먼저 이곳으로 향한다.
악티쿰 박물관은 북극권 박물관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멀리서도 웅장함이 느껴지는 악티쿰은 자연채광이 가득한 내부가 더욱 궁금했다. 로바니에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악티쿰은 건축으로도 무척 유명하다. 건물이 오우나스조키(Ounasjoki) 강둑 아래 묻혀 있으면서도 유리로 된 좁고 뾰족한 끝부분만이 지상으로 튀어나와 있다.

자연과 주변 경관을 전혀 훼손하지 않는 독특한 건축양식이다. 건물의 상징과도 같은 유리 홀은 북쪽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을 표현한 구조로 알려져 있다. 돌출부의 끝부분은 나침반의 바늘처럼 북쪽을 향하고 있다. 밤이면 이 부분이 마치 빛을 받은 얼음처럼 아름답게 반짝인다. 1992년 핀란드 독립75주년을 기념해 개관한 이곳은 라플란드의 자연, 문화, 역사등 북극 지방을 연구하는 과학연구센터이자 자연사 박물관으로 에스키모인들의 문화와 북극생태를 담은 로바니에미의 또 다른 명소다.
악티쿰 내부는 라플란드와 북극 지방의 자연과 이곳에 살고 있는 에스키모들의 삶과 주거지, 역사, 관습과 문화를 연구하고 보여주는 곳이다. 극지방의 생태라는 주제에 걸맞게 사진자료 및 음향, 영화 등 멀티미디어를 동원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북극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해놓은 박물관으로 사미족을 비롯, 에스키모 원주민들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크게 4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북극권과 북극해 등에 서식하는 동식물 정보와 원주민 삶을 볼 수 있다. 또한 오로라와 백야현상 등에 관한 체험도 해 볼 수 있다. 북극과 관련하여 지구환경문제를 다룬 곳도 있고, 핀란드의 역사에 대해서 볼 수 있었다. 방대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건축물을 구석구석 함께 돌아보는 또다른 감흥이 있다.

악티쿰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는 삘께 과학센터(Science Center Pilke)는 나무로만 만든 박물관으로 산림관리 국영기업인 산림청이 운영하고 있다. 삘께 건물은 완전히 목재로만 지어졌고 원자재 대부분을 핀란드의 숲에서 가지고 왔단다. 이 건물 특성은 핀란드 산림청의 환경정책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북부 숲, 지속 가능한 목재 사용 및 바이오 경제의 가능성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설계 당시 고려했던 요소는 지속가능성, 자연광, 그리고 강과 언덕을 포함한 주변 자연과의 조화였다. 핀란드 사람들이 얼마나 나무를 중요시하는지를 한눈에 볼수 있었다.

◆건축가 알바 알토(albar aalto)의 로바니에미 도서관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하여 1965년 완공한 곳으로 내부에는 도서관 이외에 음악실과 전시장 등이 있다. 라플란드의 귀중한 컬렉션이 전시되기도 한다. 책장에 빼곡하게 들어선 책들과 책상위의 스탠드며, 의자, 책상이 한눈에도 유명한 브랜드 이케아가 떠올랐다. 북유럽 디자인의 느낌이란 이런 것인가. 이 느낌적인 공간이 눈에 확 들어왔다.
1층에는 열람과 독서를 하는 공간, 지하층은 음악 도서관이 마련되어 있어 휴식을 취하고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도서관 한쪽의 전시공간에 라플란드 특유의 색깔과 정서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예술적일 만큼 자연채광이 가져다주는 신비스러움과 밝은 조도가 도서관의 분위기를 더욱 업그레이드 시킨다. 장서책장의 높이와 공간의 이용도에 따라 바닥 높이를 다르게 해서 공간에 변화를 준 것도 독특하다.

문득 우리나라 도서관의 시스템에 조금 더 디자인과 구조의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이 가득 베어 나왔다. 이런 곳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간절한 이곳을 떠나기가 싫었다. 어린이 작품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눈길을 끈다. 깔끔한 내부와 아름답고 평온한 디자인에 핀란드 느낌이 물씬 나는 멋진 곳이었다.
평화롭다는 생각과 함께 이곳 도서관이라면 어떤 책도 많이 잘 읽힐 것 같았다. 우리나라 시립도서관을 생각하면 도서관에 창의적인 느낌이나 디자인에 왜 관심을 가지고 설계하고 건축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이런 공간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면 다양한 창의적 이야기가 피어날 것도 같았다.
여행을 다니면서 작은 인구의 북유럽국가들이 왜 선진국일까 고개를 갸우뚱해 보았는데 함께 사용하는 공간과 공공의 시설에 대한 가치매김이 다르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모두가 행복하게 사용하고 즐길 수 있는 창조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것이 차이가 있지는 않을까? 잠시 설국나라와 북극권을 잊은 것 같기도 하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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