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스포츠] 대구FC 조광래의 '화수분 축구' 위기 맞나

입력 2021-01-31 06:30:00

김대원 등 주전 이탈로 전력 약화 우려…시민구단 한계 이미 학습해 극복 가능

대구FC가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 기간 주전 선수들의 대거 이탈로 전력 약화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대구FC 선수들이 경남 남해에서 동계훈련을 하는 모습. 대구FC 제공.
대구FC가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 기간 주전 선수들의 대거 이탈로 전력 약화의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대구FC 선수들이 경남 남해에서 동계훈련을 하는 모습. 대구FC 제공.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프로스포츠 구단이 가장 바쁜 시기는 동계 스토브리그 기간이다. 이 때 구단은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선수와 코칭스태프 등 선수단을 정비한다.

스토브리그 기간에는 어느 구단이나 승자대접을 받는다. 새로운 시즌에 대한 부푼 희망감으로 전력 보강을 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겨울 대구FC의 움직임이 좀 이상하다. 팬들과 전문가들의 기대와 달리 지난 시즌 맹활약한 주전들이 대거 이탈하는 등 거꾸로 전력 보강을 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대구FC는 2020 시즌 K리그1에서 5위를 차지했다. 2018년 FA컵 우승에 이어 2019, 2020 시즌 연속으로 K리그1에서 5위를 차지하며 국내 프로축구 무대에서 강호의 반열에 올랐다.

올해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도 참가한다. 2년 만의 ACL 복귀다. 이병근 감독대행도 지난 시즌 종료 후 꼬리표를 떼고 정식감독이 됐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이번 겨울 대구FC의 적극적인 전력 보강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적과 임대, 군 복무 등으로 이탈이 심하다. 중앙 미드필더 김선민과 수비수 황태현이 서울 이랜드로 옮겨갔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한 신창무는 강원FC로, 지난 시즌을 앞두고 포항 스틸러스에서 영입한 중앙 미드필더 이진현은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떠났다.

이어 공수 조율을 맡은 중앙 미드필더 류재문이 전북 현대로, 도쿄 올림픽 대표가 유력한 '젊은 피' 측면 공격수 김대원은 강원FC로 옮긴 소식이 전해졌다. 미드필더 유망주 고재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이랜드에 임대 연장했다.

이들 중 신창무는 2014년, 류재문은 2015년, 김대원은 2016년 대구FC가 직접 뽑아 키운 선수들이라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영입한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구성윤은 입대 예정이다. 그는 김천 상무 서류 전형에 합격한 상태다.

이적생들을 대신할 영입 자원으로는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미드필더 이용래, 일본 사간도스에서 뛰던 측면 공격수 안용우가 눈에 띈다. 대구FC에서 태극마크를 달며 기량을 꽃피웠던 이근호가 베테랑이 되어 울산 현대에서 임대로 돌아온 것도 힘이 된다.

구성윤을 대신해 J리그 출신 골키퍼 믄경건과 박성수를 보강했다. 서경주(서울 이랜드), 박기동(경남FC), 황병권(수원FC)도 대구FC 유니폼을 입었다.

대구FC는 나름대로 전력을 보강했지만, 이적 공백이 더 커 보인다. 올해 리그와 ACL을 병행하기에는 스쿼드 규모와 질이 모두 부족한 느낌이다.

이런 상황은 자금력이 부족한 시민구단의 한계로 여겨진다. 능력을 발휘해 몸값이 높아진 선수들의 이적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FC는 창단 후 줄곧 잘 키운 선수들을 팔아 살림살이에 보탰다.

지난해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가 울산 현대로 이적하면서 돈 한 푼 받지 못한 것도 최근 유망주를 파는 데 자극이 됐다. 구단이 마케팅 타이밍을 놓치면서 조현우는 자유계약선수(FA)로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김대원, 류재문, 신창무, 김선민 등의 계약이 올해 끝나거나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이적료를 받고 트레이드하는 실리를 챙겼다.

하지만 대구FC는 2021 시즌 전선에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한다. 조광래 대표이사의 '화수분 축구'(유망주 발굴)에 대한 믿음이다.

조 대표이사는 수시로 "떠나는 선수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는다. 발굴하면 된다"며 "돈 많이 쓰는 축구는 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밝혔다.

스타디움 네이밍의 성공 사례가 된 대구FC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가 올해도 들썩이게 되기를 바라지만 약화 된 전력이 눈에 밟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특급 용병' 세징야와 에드가 관리, 용병 추가 영입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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