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트로트 열풍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 마음에 트로트는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온 국민이 트로트에 울고 웃는다. 하지만 트로트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가 이토록 트로트에 열광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1914년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4박자 스텝의 사교댄스 폭스트롯이 유행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1880년대 메이지유신 때 대중 계몽을 위한 연설과 관련하여 엔카(演歌)가 생겨났다. 1920년대 말 우리나라에 들어온 트로트는 엔카와 폭스트롯을 접목한 것으로 흔히 뽕짝이라 부르는 2박 계통의 요나누키음계로 이루어진 가요를 말하게 됐다.
요나누키(よなぬき)음계는 7음계에서 네 번째와 일곱 번째 음을 제거한 5음계로, 요나누키장음계(도레미솔라)와 요나누키단음계(라시도미파)로 나눈다. 요나누키장음계는 우리나라 평조와 비슷하지만 율(律)음계라 하여 가가쿠(아악)에 사용되었고 일본국가인 기미가요와 제2 국가로 불리는 우미유가바에도 사용되었다.
일제강점기 말 군국정신을 고취하고 일왕에 충성을 맹세하는 군가의 대부분은 이들 음계로 만들어졌다. 이것의 국내 전파는 전통음악을 짓밟고 민족정신을 말살시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세뇌당한 한국 작곡가들은 자발적으로 이 음계를 사용하여 곡을 만들었는데 춘원 이광수 시, 임동혁 곡 '애국일의 노래'와 홍난파의 '희망의 아침'은 내선일체를 강조하고, 황국신민으로 일왕에 충성을 다짐한다. 이 음계로 만든 가요에는 '홍도야 울지마라', '나그네 설움', '신사동 그 사람' 등이 있다.
미야코부시(都節)라 불리는 요나누키단음계는 인(陰)음계로 일본적 색채가 짙고 그들의 민족혼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 음계로 만들어진 엔카는 슬픈 느낌으로 일본의 험악하고 퇴폐화되어 가는 도시적 세태를 반영한다. 이 음계로 작곡된 곡으로 '목포의 눈물', '눈물 젖은 두만강', '비나리는 고모령', '단장의 미아리고개', '돌아와요 부산항에', '세상은 요지경' 등 수없이 많다. 심지어 '독도는 우리 땅', '나의 조국'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음계의 어두운 면은 암울했던 우리 민족의 식민 정서와 맞닿아 있기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제의 식음(植音)정책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해방된 지 어언 75년이 지난 지금도 '전통가요'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는 '트로트의 민족'이란 타이틀로 트로트를 방영했다. 누가 트로트 민족인지, 무엇을 '전통'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장래희망이 트로트 가수란다. 지금 온 국민이 트로트에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트로트의 본질을 알고 부르자.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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