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영풍 사장 "환경논란 깊이 반성…올해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 제로 실현"

입력 2021-01-20 13:33:56 수정 2021-01-21 11:17:55

2021년 새해 경영 목표 제시…'제련소 앞길 열린 마음으로 평가해주길'

이강인 영풍석포제련소 사장은 20일 2021년 경영 목표로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 제로(0) 실현을 내세웠다. 봉화군 석포면에 자리해 1970년 문을 연 석포제련소는 올해 환경오염 논란 해소, 주민 신뢰 회복은 물론 향후 100년 먹거리 찾기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영풍석포제련소 제공
이강인 영풍석포제련소 사장은 20일 2021년 경영 목표로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 제로(0) 실현을 내세웠다. 봉화군 석포면에 자리해 1970년 문을 연 석포제련소는 올해 환경오염 논란 해소, 주민 신뢰 회복은 물론 향후 100년 먹거리 찾기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다. 영풍석포제련소 제공

경북 봉화 석포면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는 최근 수년간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환경단체는 석포제련소를 낙동강 상류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폐쇄·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석포제련소는 물환경보존법 위반 등을 이유로 경북도의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아 또 한 번 위기를 맞고 있다. 또 제련소 및 주변지역 토양정화명령 지연 논란, 공장 인근 추가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찬반 갈등 등 첨예한 이슈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는 연간 아연 생산량 40만 톤(t)에 연매출 1조4천억원 규모이며 지역민 1천300여 명을 고용한 대규모 사업장이기도 하다. 제련소의 조업정지, 이전·폐쇄 등은 지역경제에 막대한 파급력을 가져다줄 수밖에 없는 만큼 석포제련소 논란은 복잡한 이해관계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서 꼬인 매듭을 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인물이 있다. 해마다 가을철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단골로 출석 요구를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 주인공은 이강인(70) 영풍석포제련소 사장. 그간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이 사장이 2021년 새해를 맞아 매일신문 지면을 통해 각종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영풍과 영풍석포제련소는 어떤 곳인가?

▶영풍은 영풍석포제련소, 고려아연 등을 중심으로 비철금속제련, 전자부품업을 하는 곳으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자산규모 기준 재계 28위의 기업집단이다.

특히 영풍의 역사는 한국 자원사업과 맥을 같이한다. 1970년 봉화군 석포면에 아연제련소를 지었고 1974년 생산량 2만1천 t으로 국내 아연시장 완전 자급을 이끌었다. 1987년 아연 수출을 시작, 불모의 비철금속제련업을 세계 1위로 도약시켰다는 자부심이 크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지역사회에서 환경 논란의 단골 주인공이었다.

▶회사가 1990년대 이후 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시대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탓이 크다. 지금은 환경 이슈를 회사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한다. 몇 해 동안 수천억원을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부터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간 국민과 지역 주민에 큰 걱정을 끼쳐 깊이 반성하고 사과한다. 환경과 더불어 지속 가능한 제련소임을 입증해 공장 폐쇄·이전 논란을 극복하겠다. 올해 경영 목표는 낙동강 상류 수질오염 제로(0) 실현이다. 1천300여 명 직원, 석포 주민, 환경을 염려하는 시민 모두 안심할 일터를 만들겠다.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영풍 제공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영풍 제공

-최근 경북도가 조업정지 약 2개월의 행정처분을 했다. 당장 4월부터 처분을 이행해야 하는데 대책은 있나.

▶아연제련소 전면 가동 중단은 굉장히 어렵다. 불을 끄면 용광로가 다 망가지고 배관이 부식해 크게 손상된다. 가스누출로 대형사고 위험도 있다. 전 세계에서 조업을 며칠이라도 전면 중단했다가 운영을 재개한 제련소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조업정지 이행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법적 구제절차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환경당국은 '방지시설 외 별도시설로 폐수 유출'을 이유로 조업정지를 했는데, 한 방울도 외부로 새어 나가지 않고 회수됐다. 그럼에도 조업정지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지난 2019년 폐수 무방류시스템 도입을 예고했다.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무방류시스템의 핵심은 공정 사용수를 흘려보내지 않아 환경오염을 막고 증발·농축해 재이용하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제조공장에서 최초로 도입하는 공법이다. 총 320억원을 투자해 지난 2년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완공했고 해외 기술자의 시스템 점검이 마무리되면 4, 5월쯤 본격 가동될 것으로 기대한다.

-무방류시스템 도입 외 종합적 제련소 환경개선 계획은?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미래를 위해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자'를 모토로 수질, 대기, 토양, 산림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전통 제련소가 가진 환경오염 요소를 최소화해 친환경 공장으로 변신하려고 한다. 수질오염 제로를 위해 무방류시스템 외에도 지하수 차단시설 공사를 곧 시작할 예정이다. 430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1, 2공장과 하천 사이 지하에 대규모 차집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소를 위한 시설 개선, 산림녹화와 식생복원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환경 및 재난사고 24시간 감시 통합관제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도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공장 내 운송수단을 전기차, 수소차로 바꿔 제련소 일대를 '클린시티'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또 제련소 내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 설립 등을 통해 무방류시스템과 더불어 탄소배출제로까지 실현하려고 한다. 조만간 '2050 탄소중립' 청사진도 내놓을 계획이다.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전경. 매일신문 DB

-중금속 오염 등을 이유로 봉화군이 내린 제련소 및 주변지역 토양정화명령은 잘 이행하고 있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석포초·중학교 운동장을 시작으로 제련소 주변지역 정화사업이 순차로 진행되고 있다. 주민대표, 전문가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통해 주민 요구사항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정화를 완료한 곳의 토지주와 농민 만족도가 높다.

다만 공장 내 토양정화는 현행법상 공장 철거 없이 정화가 불가능한 곳이 많아 회사가 정화를 지연하는 듯한 오해를 낳고 있다. 대안적인 정화 방법을 채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추가 산업단지 조성(석포일반산업단지)을 두고 지역 환경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인가.

▶추가 산업단지 조성을 공장 확장으로 이해하는 것은 오해다. 석포일반산업단지 계획은 1·2공장과 3공장 사이 약 18만㎡ 부지에 1공장 노후시설을 철거한 뒤 현대화해 옮기는 것이다. 현재 산단 개발기간이 끝나 답보 상태이지만 친환경적 현대화 시설을 갖춘 '그린뉴딜형' 제련소 운영을 위해 개발기간 연장 등을 관계 기관과 지속해서 협의할 계획이다.

-경북 봉화에서 수십년간 사업장을 운영했지만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지역사회와의 소통, 사회공헌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오래 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데 많이 미흡했다. 죄송한 마음이다. 앞으로 영풍문화재단 등을 통해 도서기부, 장학금 지원, 코로나19 성금 기부 등 활동을 늘려 나가겠다. 또 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 홀몸노인 및 결식아동 등 소외계층 지원도 강화하겠다.

-수년간 정치권과 정부 기관, 환경단체, 언론 등으로부터 집중적인 질타를 받았다. 억울한 측면은 없는가.

▶각계의 관심과 질타는 제련소를 친환경 일터로 바꾸는 회초리였다고 생각한다. 왜가리 폐사, 물고기 떼죽음 등 원인이 과학적으로 규명됐지만 제련소와 연관시키는 억측 등에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적극 소통하지 못한 회사 불찰이라고 본다.

회초리를 맞은 영풍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눈으로 확인할 결과를 보여줄 때까지 지켜봐 달라. 낙동강 상류에 있어서는 안 되는 오염 덩어리라는 오명을 벗고 인구소멸 위기 지역에 수천 명 일자리를 제공하는 제련소의 앞길을 열린 눈과 마음으로 평가해 달라.

지난 2018년 경북 봉화 석포행복나눔센터에서 이강인 영풍석포제련소 사장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지난 2018년 경북 봉화 석포행복나눔센터에서 이강인 영풍석포제련소 사장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이강인 사장은?

1951년 4월 대전에서 출생했다. 대전보건대 설립자이자 안과전문의 청운 이기석(靑雲 李紀奭·1923~2005) 선생의 차남으로 충청 지역에서 의료 봉사로 유명한 가문(대전 이안과 병원)에서 자랐다.

경기고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타대에서 금속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동력자원연구소 부장,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자원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장을 지낸 연구개발 전문가다. 2003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이 사장은 영풍에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되기 전 공룡 관련 자연사 보존 운동, 산(山) 사랑 운동에도 앞장서며 계룡산자연사박물관을 운영하는 청운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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