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역사와 과학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

입력 2021-01-16 06:30:00

두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세계는 확장된다
대동여지도부터 자율주행차까지

첨단×유산 / 강제훈 외 18명 지음/ 도서출판 동아시아 펴냄

철제 도구를 만드는 대장간.
철제 도구를 만드는 대장간.

첨단기술의 결정체
첨단기술의 결정체 '5G 스마트폰'

전통 유산과 첨단 과학을 한데 모아 그 가치와 연결점을 해부한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넘어, 역사와 과학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이자 '융합'의 시대인 지금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사유 방식을 선물한다.

책의 각 장에서는 키워드에 맞는 전통 유산과 과학기술을 각각 하나씩 소개한다. 1장 '시선'에는 조선 회화의 정수로 평가받는 '동궐도'와, 첨단기술로 떠오른 '드론'을 실었다. 과학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서양의 '원근법'을 거부하고, 내려다본 세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궁궐과 자연의 장엄함을 묘사한 동양의 '부감법'은 현대의 최첨단 기술인 드론의 시선과 연결된다.

이 책은 또 다양한 유물과 기술을 소개한다. 4장 '철기'에서는 20년 이상 전통 제철법과 도검 제조법을 복원하고 있는 이은철 도검장이 조선시대의 사인검을 통해 한국의 전통 제철법을, 국내 대표적인 철강 전문가인 이준호 교수가 포스코에서 개발한 기가스틸을 경유하여 한국이 만들어낸 차세대 제철법을 나란히 설명한다. 그렇게 인류 문명의 중심에 서서 역사를 바꿔온 철기 문화가 21세기에는 어떻게 이어져오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6장의 '지도'에서는 30년 이상 '대동여지도''를 연구한 김종혁 전 교수가 지도 최초로 링크 앤 노드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지역 간의 네트워크를 표현하고자 했던 대동여지도의 숨겨진 가치를 파헤친다.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에 성공한 한민홍 전 교수가 바통을 이어 받아, GPS기술을 바탕에 둔 자율주행기술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발전해가고 있는지, 자율주행기술에서 대동여지도의 가치와 정신이 어떻게 계승되었는지를 설명한다.

8장 '시간'에서는 조선시대의 봉수를 비롯한 마패부터 현대 5G 기술에 이르기까지 이동통신기술의 발달사를 짚는다. 5G를 기반으로 한 첨단기술을 통해 시간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기존과는 전혀 다른 시간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9장 '생명'에서는 탄생을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 태를 담아 묻었던 '태항아리'와 유교 방식으로 죽음을 애도하는 조선의 제사 의례를 다룬다. 시대에 따라 생사관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어떠한 방식으로 죽음을 극복하고자 했는지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설명한다.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은 추천 글에서 "이 책은 '변화는 있고, 변함은 없다'라는 문화유산의 본질을 증명하고 있다"고 썼다. 392쪽, 2만2천원

책
책 '첨단×유산'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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