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은 천지를 하얗게 만들어 상큼한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메마른 겨울을 적당한 습기로 채워주며 땅의 척박함을 막아주는 자연의 선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골프장에서 만난 눈은 골퍼들에게 그다지 반가운 손님은 아닐 듯싶다.
페어웨이를 덮은 눈은 잔디의 존재를 잊게 하는 장애로 인식돼 볼을 걷어내는 스윙으로 변하게 하는 주범이 된다. 또 볼을 눈구덩이 속으로 사라지게 하여 벌타를 감수해야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눈이 내렸거나 라운딩 도중 눈이 오면 영하의 기온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바람을 동반하는 까닭에 실제로 느끼는 체감 기온은 수온주보다 몇도 더 낮게 느껴져 추위를 감수해야 한다.
습기와 싸라기눈은 페어웨이나 그린에서 정상적인 스윙이나 볼 구름을 방해해 골퍼의 스코어를 가파르게 치솟게 한다.
어쨌든 겨울철, 특히 눈 내린 골프장의 라운딩은 영하의 기온만큼 싸늘하고 냉정한 스코어를 각오해야만 한다.
이미 말라버린 잔디는 볼과 지면의 간격을 거의 사라지게 하여 자칫 빈번한 뒤땅이나 토핑성 볼을 양산하게 한다. 게다가 벙커의 경우 표면의 부드러움만 확인하고 정상적인 벙커샷을 하면 얕은 모래 밑에 돌덩이처럼 얼어붙은 지면 탓에 팔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이때는 일반적인 벙커샷이 아닌 볼만 살짝 걷어내는 손목벙커샷이 유용하다. 이 샷은 변형된 벙커샷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린 사이드 50m 이상 일 때 웨지샷으로 볼을 직접 컨택해 그린에 올리는 방식이다.
왼손목의 꺾임과 아웃인 궤도로 다운스윙해 클럽페이스가 모래를 건드리지 않고 볼만 살짝 걷어 올리는 테크닉이다. 얼어붙은 모래 위에서 매우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벙커샷인 셈이다.
페어웨이나 그린 사이드는 눈의 습기와 얼어붙은 표면, 그리고 타이트하게 바닥에 내려앉은 죽은 잔디는 모든 클럽을 날카롭게 활용해야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가령 평소 피칭으로 스윙한 거리라면 로프트 각도가 4도가량 더 낮은 9번 아이언을 활용해 낮은 탄도를 유도하며 이로 인해 구르는 볼의 거리를 활용하는 기술적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점수관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웨지샷도 마찬가지이다. 겨울철 골프에서 평소 56도나 54도 웨지를 사용하던 골퍼는 이보다 4도, 또는 두 클럽에 해당하는 8도까지 낮춰 낮은 탄도의 어프로치 샷을 권유한다.

겨울철 눈비가 내리는 기후 조건의 골프는 최악의 환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때 라운딩을 강행하는 것은 부상의 위험이 매우 커 스코어 관리에 연연하는 것은 매우 온당하지 않다. 오히려 드라이버나 우드, 롱아이언 샷을 연습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실내에서 머물다 경직된 몸통 회전을 연습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할 것을 당부한다.
차가운 기온에 골프장을 찾지 않으면 다가오는 봄날에는 한동안 필드 울렁증이 재연돼 애를 태우는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겨울철에는 듬성듬성한 라운딩이 컨디션을 유지하는 요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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