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죽음이든 세상에 메시지(message)를 남기는 법이다.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 대구 한 헬스장 관장, 입양아 정인이 등 일련(一連)의 죽음들은 이 나라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일깨워줬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다스리는 나라 맞나"라는 한탄(恨歎)이 안 나올 수 없다.
'코로나 재앙'을 맞은 동부구치소에서 전체 수용자의 절반 가까운 1천193명이 감염됐다. 사망자도 3명에 이른다. 치료를 받다 사망한 한 수용자 경우 유족에게 화장 직전에야 알리는 등 반인권·반인륜적 행태도 드러났다.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나서 3주 가까이 쉬쉬했고, 마스크조차 제때 주지 않았다. 한 수용자가 종이에 적어 쇠창살 밖으로 내건 "살려주세요" 문구는 감옥(監獄)이 지옥(地獄)이 됐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대구 50대 헬스장 관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전국 헬스장 운영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부의 코로나 대책으로 실내체육시설 영업이 제한되면서 경영난에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너무 힘들어서 하루하루 버티는 게 지옥과 같다"는 한 관계자의 말이 헬스 업계의 절박한 처지를 대변한다. 국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무책임한 정부 대책 탓에 자영업자들이 망하고, 죽어가고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삶을 마감한 정인이에겐 이 땅이 지옥이었을 것이다.
박근혜·이명박 정부 당시 '헬(hell)조선'을 들먹이며 정권을 공격한 게 지금 집권 세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4년 동안 이 나라는 더 지옥으로 굴러떨어졌다. "촛불은 지옥불이 되었다"는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은 통렬(痛烈)하다.
문 정권 4년을 뜯어보면 일정한 법칙(法則)이 발견된다. 출발은 그럴듯했지만 결론은 '폭망'이 된 국정이 수두룩하다. K방역이라며 자화자찬했던 코로나는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백신 후진국을 초래하며 국민을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몰아넣었다. 판문점과 평양·백두산의 남북한 평화쇼는 북한군의 한국 공무원 총살,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남한을 겨냥한 북의 핵 협박으로 돌아왔다. 검찰 개혁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괴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으로 귀결(歸結)됐다. 자신 있다던 부동산은 집값 폭등,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설치했던 일자리 만들기는 일자리 참사(慘事),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주도성장'으로 끝이 났다.
문 정권의 실력 부족과 무능 탓이지만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정권 안위, 퇴임 후 안전판 마련, 재집권 등 정권의 꿍꿍이 수작(酬酌)이 국정 전반에 개입(介入)된 것이 더 나쁜 결과를 불러왔다. 개혁으로 포장한 검찰 손발 자르기와 공수처 설치는 정권 비리를 덮으려는 꼼수일 뿐이다. 코로나 사태를 선거 등 정치적으로 써먹은 것은 정권이었다. 선거 승리와 정권 창출을 노린 국민 갈라치기도 서슴지 않았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지옥의 나라'였나. 단테는 '신곡'에서 모든 희망을 영원히 버려야 하는 곳이 지옥이라고 했다. 희망, 꿈, 비전이 없는 곳이 지옥이다.
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적힌 A4 서류를 줄줄 읽으며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최악 상황을 안겨주고, 국무총리는 다른 나라 백신 확보량과 비교를 하는 야당 의원에게 "그 나라 가서 물어보라"고 쏘아붙이고, 법무부 장관은 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을 이명박 정부 탓으로 돌리는 나라…. 국민은 절망(絕望)하지 않을 수 없다. 동부구치소에 내걸린 "살려주세요"는 수용자 한 사람이 아닌 하루하루 지옥을 살아가는 국민의 비명(悲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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