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션디자이너로 33년간 사업장 주도…10년 전 성당 대부·대모 소개로 시작
노숙자·쪽방 거주자들에 도시락 제공
"봉사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일 오전 대구 중구 요셉의집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김요한(69) 씨는 "인생을 잘 정리하며 남을 도우며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젊은 시절 대구에서 33년간 패션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자신의 사업장을 이끌었다. 사업을 그만둔 뒤 그는 10년 전 성당에서 만난 대부와 대모의 소개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현재 그는 일주일의 5일을 요셉의 집에서 시작한다. 김 씨는 요셉의 집, 요양원, 성당 등에서 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대부분 사람이 잠을 자는 새벽 5시, 이른 아침부터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그는 매일 아침 40분을 걸어 요셉의 집에 봉사를 다니고 있다. 그는 "항상 즐겁게 오다 보니 발걸음이 가볍다"라며 "오는 길에 성당을 지나며 항상 건강을 허락해 달라며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에 많게는 1만 4천 보 정도 걷는다. 피곤할 때도 있지만, 봉사를 하다 보면 마음이 가벼워져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봉사하며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김 씨는 "몸을 아껴가며 봉사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봉사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요셉의 집에서는 노숙자와 쪽방에 사는 사람을 위해 3백 명이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하는데, 하다 보면 아픈 곳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그래도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나고,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건강관리를 지속해서 하고 있지만, 지난해 6월 크게 몸살에 걸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로나 19 검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언제나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나에겐 수백명의 식구가 있다는 생각에 잠도 못 잘 지경이었다"며 "불안했지만, 다행히 보건소에서 '음성'이라는 문자를 받고 안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단체 급식이 어려워지자 걱정이 커졌다. 요셉의집에는 최근 노숙자와 쪽방에 거주하는 300여명 정도가 도시락을 받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룬다. 김 씨는 "추운 겨울날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며 밥 한 끼 먹는 것이 참 필요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도시락을 받아 가시는 수백 명에게 오히려 미안함이 커진다"고 밝혔다. 또 "배식의 경우 밥이라도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할 수 있지만, 도시락으로 챙겨드리다 보니 담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 배고픈 사람이 생기진 않을지 항상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씨가 봉사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그의 도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노숙자분들이 목욕과 세탁을 하기 위해 방문하거나, 식사를 하기위해 문이 열리기도 전인 새벽 4시 30분부터 기다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분들을 두고 봉사를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냐"면서 "말끔하게 돌아가는 모습과 배부르게 잘 먹었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같아 흥이난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요셉의 집을 후원해주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그는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다행히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후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많은 분들께 식사를 대접할 수 있었다"라며 "따스한 손길을 내밀어주신 분들의 은혜를 잊지 않겠으며, 함께 봉사하는 분들도 아프지 않고 함께 오랫동안 봉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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