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까지 계속 추워' 역대급 한파 이유는 지구온난화

입력 2021-01-08 21:20:32

지구온난화로 북극 찬 공기 막아주는 제트기류 약해져
음의 북극진동 현상으로 동아시아로 연일 냉기류 하강

8일 오전 서울역광장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손 소독을 하자 강추위에 김이 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한파로 수도권 임시 선별검사소는 운영시간을 3∼5시간가량 단축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역광장 임시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손 소독을 하자 강추위에 김이 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한파로 수도권 임시 선별검사소는 운영시간을 3∼5시간가량 단축했다. 연합뉴스

8일 기록적인 수준의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이날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은 북서쪽에서 매운 찬 공기가 지속해서 유입되면서 대구의 기온이 -13.6℃까지 떨어졌다. 이는 이번 겨울 들어 가장 낮은 것이다.

또 의성 -21.6℃, 문경 -16.7℃, 영주 -16.6℃, 상주 -16.3℃, 울진 -16.1℃, 안동 -15.7℃ 등 경북지역에서도 수은주가 영하 15℃ 안팎을 기록하는 등 이번 겨울 중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현재 한파 주의보가 발효된 영덕을 제외한 대구 경북 모든 지역에 한파 경보가 내려져 있다. 전산 기록이 남아있는 2000년대 이후 기준 대구에 한파 경보가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북 일부 지역은 1973년 기상청이 전국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하루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울진(-16.1℃), 상주 (-16.3℃)로 기온이 떨어져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기록했고, 영덕 (-14.6℃)은 두 번째로 낮은 순위를 보였다.

전국적으로도 기록적인 한파다. 서울은 영하 18.6도로 1986년 이후 35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해남, 군산, 울진, 창원 등 네 곳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광주는 영하 13.5도, 부산은 영하 12.2도를 기록해 각각 50년, 10년 만에 가장 추웠다.

혹한이 이어지면서 낙동강 결빙이 시작돼 8일 대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 일대에 얼음이 떠다니고 있다. 이날 대구 지역 아침 최저 기온은 -13.6℃ 를 기록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혹한이 이어지면서 낙동강 결빙이 시작돼 8일 대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 일대에 얼음이 떠다니고 있다. 이날 대구 지역 아침 최저 기온은 -13.6℃ 를 기록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이날 한반도에 찾아온 '역대급' 한파는 북극에 갇혀 있던 찬공기가 곧바로 남쪽으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기상학적으로는 '음의 북극진동'에 따른 현상이다. 북극진동은 북극지역 찬공기의 소용돌이(제트기류)가 수일에서 수십 일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현상은 뱀이 움직이는 구불구불한 형태로 이어지는데, 북극 온도가 올라가면 음의 북극진동을 보인다. 반대로 북극 기온이 차가워지면 제트기류가 북극 쪽으로 쏠리는 양의 북극진동 형태를 띤다. 양의 북극진동일 땐 제트기류가 북극의 찬공기를 이탈하지 않도록 가둔다.

지난해 12월 말부터는 음의 북극진동이 강하게 일어나 제트기류가 약해졌다. 이로 인해 평소 제트기류에 갇혀 있던 북극지역 찬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트기류는 현재 한반도 남쪽으로 처져 영하 50도 안팎의 찬공기가 한반도 북동쪽으로 하강하고 있다. 이달 초부터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 한파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제트기류가 북반구의 어느 지역에서 남쪽으로 처지느냐에 따라 유럽이나 동아시아, 미국 등에 번갈아 혹한이 나타난다.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닥친 8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있는 괴산댐이 빙벽을 이뤘다. 연합뉴스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닥친 8일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있는 괴산댐이 빙벽을 이뤘다. 연합뉴스

◆ 한파 원인은 지구 온난화

그렇다면 음의 북극진동은 왜 강해진 걸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서 북극 기온이 상승하고, 찬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던 '담벼락'인 제트기류가 약해진 것이다. 이 여파로 한반도를 비롯해 중위도 지방의 겨울이 더 추워졌다.

실제 음의 북극진동이 강하게 일어날 땐 한반도의 겨울은 더욱 추웠다. 2010년 말 한반도는 음의 북극진동 영향으로 장기간 한파를 겪었다. 2010년 12월 24일부터 2011년 1월 31일까지 39일간 한파가 지속됐다.

당시 음의 북극진동은 -4 이하로, 50년 만에 가장 낮은 값을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 음의 북극진동은 -3 수준이다.

올해 북극 얼음이 덜 녹고 있는 현상도 강추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해빙은 빛을 반사해 수온이 올라가지 않도록 해 준다.

해빙이 줄어들면 바다가 더워지고 기압대가 형성된다. 올해 우랄산맥 북쪽의 바렌츠·카라해의 해빙이 평년보다 적어지면서 우랄산맥 부근에 큰 고기압이 형성됐다.

이로 인해 평소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던 제트기류가 이 고기압에 막히면서 러시아, 한반도 등 남쪽으로 찬공기를 몰고왔다는 것이다.

혹한이 이어지면서 낙동강 결빙이 시작돼 8일 대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 일대에 얼음이 떠다니고 있다. 이날 대구 지역 아침 최저 기온은 -13.6 ℃를 기록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혹한이 이어지면서 낙동강 결빙이 시작돼 8일 대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 일대에 얼음이 떠다니고 있다. 이날 대구 지역 아침 최저 기온은 -13.6 ℃를 기록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 제주도까지 꽁꽁, 이달 중순까지 춥다


올겨울은 냉동고 속 기온에 버금갈 정도로 낮은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엔 기상청이 한파특보를 운용한 1964년 이래 57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도에도 한파경보가 발효됐다.

한파경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이틀 이상 영하 15도를 밑돌거나 급격히 기온이 떨어질 때 내려진다. 기상청은 올해 추위가 8일로 절정이 지났지만 당분간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음의 북극진동 등으로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공기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올겨울 음의 북극진동 현상은 이달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눈도 자주 내릴 전망이다. 찬공기가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눈구름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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