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청구가 했던 맏형 노릇, 지금은 없다"
"협력하여 선을 이루라는 성경 말씀처럼 지역 건설 업계도 팀플레이를 이뤄내야 합니다"
최동욱 한라공영 대표는 '약화된 조직력'이 21세기 들어 지역 주택건설 업체가 위축된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연쇄 도산'이 통념으로 알려진 상황 속에서 다소 이색적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지역민들은 1990년대 '우방'과 '청구'가 용호상박으로 적자생존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던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런데 업체들 간의 협력이 경쟁력이라니, 무슨 의도일까?' 다음은 최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경쟁 업체의 연대를 강조한 이유는.
- 2000년대 초반까지 전국 주택 시장을 들여다보면 대구 업체가 장악하다시피 한 것을 알 수 있다. 주택건설 분야에서 대구는 전국적 지정 업체만 우방, 청구, 보성, 영남, 화성, 동서, 서한 등 7개가 있었다. 모두 도급순위 100위권 내의 굴지의 회사들이었다. 이밖에도 창신, 태왕 등 7개의 건실한 등록 업체도 있었다. 이들 회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전국적 경쟁력을 갖고 있었고, 대구에 중앙 업체가 진출 못하는 방어막 역할도 했다.
▶과거의 영광과 업체 간 연합이 무슨 연관성이 있나.
- 그때는 우방과 청구가 앞장서 중앙 건설 업체를 방어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도 큰 규모의 공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지역의 맏형 노릇을 하면서 군소 업체들을 견인했다. 어떤 사업은 규모별로 나눠 지역 업체에 할당을 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500가구 이상 사업은 지역 내 1군 업체가, 500에서 300가구 사이에는 그다음 규모의 지역 업체가 담당하게 하는 방식으로 정리가 이뤄졌다. 지금은 그런 게 사라졌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누가 나서야 하나.
- 예전에 우방'청구가 하던 작업을 화성과 서한이라도 나서서 진행해야 한다. 현재 태왕의 노기원 대표가 대한주택건설협회 대구시 회장을 맡아 예전과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지역의 대형 건설사들이 소극적이다. 특정 회사를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건설업계 전체를 위해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서한과 화성의 경우 집도 잘 짓고 지역에서 명성도 높다. 주택건설 분야에선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하지만 업체간 연합과 역할 분담에는 보다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맏형 같은 큰 업체들이 나서야 군소업체도 자연스레 뒤따르게 된다. 큰 현장은 큰 회사가 하고, 작은 현장은 작은 회사가 맡는 식의 역할 분담을 통해 지역 업체들이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협력 문제는 시장 상황에 따른 자율성의 문제 아닌가.
- 지금 호남을 한번 봐라. 예전의 군소업체들이 모두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해 외지 업체의 접근을 막고 있다. 호반, 중흥, 영무 등 3인방 그룹은 지역 장악을 넘어 중앙까지 진출해 있다. 이들은 호남에 다른 업체 진입은 막으면서 중앙 진출시에는 자신들의 하청 업체를 데리고 들어간다. 하청 자제와 기술 인력들이 전국에 퍼져 나가면서 지역 경기가 살아나고, 살아난 지역 경기 덕분에 주택 시장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협력 문제가 지역의 발전상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말인가.
- 주택건설은 지역경제와 연계성이 심대하다. 고용. 자금. 자재. 주거문화. 협력업체 등 지역의 모든 경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지역 술집과 백반을 파는 식당들과도 직결된 지역 밀착형 산업이다.

▶협력 이외의 문제점은.
-금융적인 부분이다. 지역 대표 기관인 대구은행이 건설업체에 금융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재건축 현장에 투입되는 이주비 건설 자금 등에 파격적 혜택이 필요하다. 90년대까지 지역 업체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어 금융 부분에 대해 문제없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너무도 다르다. 영세화된 지역 업체들이 새롭게 성장하고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금융조달 능력이 필수적인데 그게 안 되고 있다. 금융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 규모 있는 사업을 추진할 수 없어 중앙에 뺏기고, 그러다 보니 다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대구 주택 시장 전망은.
- 양분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 선호지역, 다시 말해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고 싶은 사람은 새집 쪽을 선호할 것이고 그 외 노후된 지역은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대구는 기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수성구 일변도를 벗어나기 위해 최근 침산동과 칠성동 일대가 변화하듯이 준선호 지역을 늘려야 한다. 편의 시설이 잘 갖진 수성구를 대체할만한 지역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
▶공영(더불어 번영하자)이라는 회사명의 의미는.
-사회의 도움 없이는 어떤 기업도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수익의 일정 부분은 반드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우리는 주로 나라를 위해 일하신 보훈자들과 미래 세대 주역인 학생을 상대로 지원하고 있다. 보훈자를 위해 매년 보훈처가 선정한 분을 위해 자택 올리모델링 사업을 전액 지원한다. 장학제도는 덕원고와 달성고를 상대로 하고, 대구어린이재단 등에도 일부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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