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성전에는 금은 그릇도 필요하지만 부지깽이도 필요하다. 이사 갈 때 연탄집게를 버리고 가면 이사 가서 당장 새로 사야 한다. 도저히 나쁜 사람은 안 되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구속 수사하거나 풀어 주셔서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탕평책을 써 달라. 화합 차원에서 풀어주시면 촛불혁명이 어둠을 밝히듯 어두운 사람들도 신뢰의 마음을 밝힐 것이다."(엄기호 한기총 대표목사)
"탕평 부분은 정말 바라는 바다. 그러나 대통령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고,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석방이냐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 다만 국민과 통합을 이루어 나가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중요한 핵심이 통합인데 우리 정치 문화가 통합과는 거리가 있다. 당선 뒤에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해 왔지만 정치가 못하고 있으니…."(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6일,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는 이런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 문 대통령은 개신교 대표로 참석한 엄 목사의 탕평책 마련 요청에 대해 동의하면서 정치의 핵심이 '통합'이라고 규정지었다.
법률가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권한의 한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야 하지만 수사나 재판에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가 감옥에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 5일 나온 한 인터뷰에서는 "총리로 일할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해 왔다"고도 말했다. 신중한 성격으로 말을 극도로 아끼는 이 대표가 '문 대통령의 생각'까지 거론하며 사면은 결국 문 대통령의 생각과 멀지 않다는 설명까지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관련,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언급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미 확정 판결이 나왔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14일 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특별사면권 집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우리나라가 민주정치의 교과서로 삼았던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일찌감치 대통령의 사면권을 헌법에 명기했고, 1970년대 초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파면은 물론 기소 위기에까지 몰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해 후임자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파격적인 사면령을 내렸다. 닉슨 대통령의 재임 기간(1969년 1월~1974년 8월) 동안 죄를 범하였거나, 범죄에 가담했을 수 있는 모든 범죄를 사면한 것이다.
포드 대통령이 내놓은 사면 이유를 살펴보면 최근 불거진 사면론의 연장선에서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많다. 포드 대통령은 ▷닉슨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지 않았고 ▷전직 대통령을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미국의 안정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시킬 수 있으며 ▷닉슨이 미국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가장 높은 자리를 사임해 이미 충분히 처벌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단언했듯이 수많은 정치학 교과서는 정치의 역할을 통합에 두고 있다. 정치란 서로 다른 입장을 갖는 집단끼리 타협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강원택 서울대 교수 著 '한국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중 인용)는 것이다.
정치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 노무현 정부 때부터 현실 정치에 참여해 온 문 대통령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 실행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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