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 정인이집 방문해 학대 정황 알고도…"

입력 2021-01-05 22:04:01 수정 2021-01-06 14:37:51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홀트아동복지회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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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부모 학대로 16개월 입양아동이 사망한 '정인이 사건'과 관련,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가 사실상 학대 정황을 파악하고도 방치했다는 지적이 5일 제기됐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양천구 입양아동 사망사건 보고' 자료에 따르면 홀트아동복지회는 지난해 5월 25일 학대 정황을 파악했다.

학대 의심 신고 접수 후 2차 가정방문에서다.

당시 양부모가 정인이의 배, 허벅지 등 안쪽에 난 멍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는데, 이에 대한 조치가 없었다는 것.

이어 홀트아동복지회는 한달 뒤인 6월 26일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정인이의 쇄골 골절 사실을 통보받았으나, 이때는 가정 방문을 하지 않고 양부와 통화만 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7월 2일 홀트아동복지회는 "자동차에 아이(정인이)를 방치했다"는 추가 신고에 따라 3차 가정방문을 했으나 역시 조치는 전무했다.

정인이에 대한 학대 정황은 계속 홀트아동복지회에 인지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인이의 체중이 크게 줄어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오자 9월 18일, 양부와의 통화가 이뤄졌지만 가정방문은 없었다.

이어 홀트아동복지회는 10월 3일에도 양부와 통화만 한 후 '아동(정인이)이 이전 상태를 회복해 잘 지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기록했다.

이때가 바로 정인이의 사망 열흘 전이었다. 정인이는 10월 13일 사망했다.

5월 25일부터 10월 3일(또는 13일)까지, 홀트아동복지회는 5개월 동안 수차례 학대 신고 등을 통해 정황을 파악했지만, 초반 가정방문을 몇 차례 한 것 외에는 학대 당사자로 지목된 양부와의 통화만으로 정인이의 상태를 파악, 정인이에 대해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2차 가정방문에서 학대 정황을 파악했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점도 주모된다.

앞서 서울 양천경찰서도 사건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신현영 의원 측은 경찰청으로부터 입수한 아동학대 의심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소아과 의사 A씨는 지난해 9월 23일 정인이가 병원 내원을 한 후 경찰에 직접 전화, "혼자 걷지도 못할 정도로 영양상태가 너무 안 좋다"며 학대 의심 정황을 제기했다.

이에 경찰이 출동까지 했지만, 다른 병원에서 정인이를 진찰한 후 양부모의 아동학대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근거는 직접 본 정인이의 상태가 아니라 한 검사 결과였다.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작성한 아동학대위험도평가척도 검사에서도 '조치 고려' 기준인 총점 4점에 1점이 모자라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 검사 내용 가운데 학대 정황을 파악해 조치를 취할만한 명백한 힌트가 숨어 있었다. '아동에게 신체외부 손상이 관찰되거나 신체 내부의 손상 또는 정서적 피해가 의심된다'는 항목에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하다'는 결정문항 체크가 돼 있었던 것.

이 검사에 대해서는 총점과 관계 없이 결정문항상 하나라도 체크가 돼 있으면 조치를 하도록 돼 있지만, 이는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