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시대, 지성들로부터 듣는다] ②권업 계명대 명예교수·장승기 포스텍 교수

입력 2021-01-08 05:00:00 수정 2021-07-19 18:03:44

[매일신문-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공동기획]
"팬데믹으로 양극화 더욱 심화…AI 발달 일자리 상당수 소멸"

매일신문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의 공동기획인
매일신문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의 공동기획인 '위드 코로나시대, 지성들로부터 듣는다' 대담에서 권업 계명대 명예교수(왼쪽)와 장승기 포스텍 교수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가 새해 들어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전 세계 확진자 수는 지난달 27일 8천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7일 현재 8천500만 명에 육박한다. 하루 1만 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어 누적 사망자도 2월이 오기 전에 200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각국은 앞다퉈 강력한 봉쇄조치를 단행하며 확산 저지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백신 보급·접종 속도가 더딘 데다 경제 충격이 누적되면서 불만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두 번째 대담에선 권업 계명대 명예교수(경영학)와 장승기 포스텍 교수(생명과학)를 만났다.

권업 계명대 명예교수(전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권업 계명대 명예교수(전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바이러스와의 힘든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을 예측한다면?

권업=개인적 희망을 담아 말한다면 '리질리언스(Resilience·회복력)의 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극복하고 사회 시스템 기능을 회복하는 시기가 돼야 한다. 팬데믹 이후 가계와 기업은 부채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채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적의 시나리오는 규제 완화 및 가성비 있는 재정정책으로 사회 약자들에 대한 적절한 지원→내수경제 부양→기업의 더 많은 생산과 고용→소비 진작→자연스러운 세수 확보→기술 혁신과 공공투자 증가의 선순환 구조이다.

장승기=새 희망이 싹 트는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유사 이래 가장 빠른 전염병 백신 개발로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 공포에서 벗어나고 경제활동도 활발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비상상황에 맞춰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각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많이 푼 덕분이다. 국내에선 하반기부터 팬데믹 문제가 본격적으로 해결되리라고 본다. 다만 접종했다고 해서 곧바로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는 유의해야 한다.

▶화상회의가 급증하면서 웹(web)과 세미나(seminar)의 합성어인 웨비나(webinar)라는 신조어가 있다. 4차산업혁명과 맞물려 팬데믹 이후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장=코로나19 탓에 억지로 미래를 빨리 만나게 됐다. 좀 더 천천히 일어나야 할 일들이 훨씬 빨리 현실화됐다.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인공지능(AI)이다. 수많은 정보를 컴퓨터가 분석해 내가 원하는 솔루션을 찾아준다. AI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의 도래는 당연하지만 분야별로 시간적 차이는 있을 것이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IBM '왓슨' 같은 경우 데이터 입력과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기대만큼 많이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개선될 것이다.

권=4차산업혁명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네트워크 효과(상품의 가치가 그 상품의 사용자 수에 영향을 받는 현상)이다. 자본주의 이론의 기초를 닦은 아담 스미스 등이 경계했던 독과점이 강화되는 것이다.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기술선점 기업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예측조차 어렵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 선두기업들은 막대한 자본과 더 빠른 업무처리 속도에 힘입어 공룡형이 아니라 상어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최근 온라인으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도 불평등이 주요 화두였다.

권=불평등은 자본주의의 고질적 병폐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회복력 높은 쪽과 그렇지 못한 쪽 사이에 나타난 'K자형 회복'이 자주 언급된다. 양극화는 국가가 통제해야 마땅하다. 기본소득보장제 도입, 자산소득 불균형 해소가 시급하다. 특히 자산소득 쏠림 현상을 바로잡지 않으면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 다만 팬데믹으로 국가의 개입 여지가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큰 정부가 탄생한 것은 고민해 볼 문제이다.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정책이 다양한 집단을 포용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실패 여부가 결정된다고 역설했다.

장=가까운 미래에 로봇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상당수의 일자리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사회·경제활동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본적 소득은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불평등과 관련해 디지털 디바이드에 이어 백신 디바이드란 표현도 많이 회자된다. 백신만 놓고 보면 글로벌 제약사의 독점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을 인수하거나 대학의 아이디어를 갖고 임상시험을 하는 방향으로 태세를 전환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는 이야기다.

장승기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장승기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장).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진원지로 꼽히는 중국은 백신 외교와 압도적인 경제 회복 추세로 주목받는다. 성공 요인이 무엇일까?

장=백신 기술 중 모더나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mRNA 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다. 반면 중국의 불활성화 백신은 실제로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독성을 없애는 방식으로, 기술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산 백신은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안전한지,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검증해봐야 한다. 임상실험 주도권이 글로벌 제약사에 있는 탓에 한국이나 일본의 백신 개발 속도가 느리지만 조만간 성과가 있을 것이다.

권=작년 2분기부터 회복하기 시작한 중국에 대해 세계은행(WB)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7.9%로 추산했다. 이는 미국, 유로존, 일본 등 선진국(2.9%)의 3배 가까이 되는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요 기반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도시화율이 아직 50%대다. OECD는 80%가 넘는다. 올해 새로운 발전모델로 제시한 '쌍순환' 전략도 인상적이다. 내수와 국제무역을 서로 동력으로 삼아 유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중앙·지방정부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말해달라

권=대구테크노파크 원장으로 일하면서 해외 시장개척단 파견 대신 언택트 상품설명회를 열어봤지만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궁지에 몰린 기업이 춤추게 하려면 대출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에선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으로 인해 기업 부담이 오히려 커진 상황이다. 리쇼어링( Reshoring·기업의 국내 복귀) 역시 쉽지 않다.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려 해도 규제를 생각하면 올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대구시는 비즈니스서비스산업 육성에 신경써야 한다. 전통적 교육 중심도시란 점에서 고급인력의 역외유출을 막을 해결책이다.

장=교육에 투자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초등학교에서 코딩교육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초등학생이 어른이 된 세상은 이미 인공지능 개발이 완료됐을 때다. 인공지능 개발자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핵심은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로 키우는 교육이다. 어떤 직업이 출현할지 모르지만 다양한 변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철학은 물론 대학 입시의 틀도 달라져야 한다. 창의성이 있으면서도 주변과 소통할 줄 아는 사람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 것이다.

◆대담자 프로필

권업 계명대 명예교수=미국 앨라배마대학 박사. 전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장승기 포스텍 교수=미국 뉴욕주립대 박사.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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