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 대통령 ,두 전직 대통령 사면으로 ‘화합’ 나서야

입력 2021-01-04 05:00:0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낸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새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낙연은 당을 떠나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강한 반대가 쏟아졌다. 야권에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신중론과 "통합의 시작"이라는 환영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데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대표 자신의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는 만큼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현 흐름을 흔들어 놓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분열의 정치를 펴온 데 대한 국민의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만큼 '사면 카드'로 자신이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결국은 대통령이 꺼낼 수밖에 없는 '사면' 논의를 먼저 꺼냄으로써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고, 일자리 정책 실패, 부동산 정책 실패, 코로나19 백신 늑장 확보, 윤석열 쳐내기 등으로 땅바닥에 떨어진 문 정부의 국정 동력을 회복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당장은 친문 진영과 민주당 내부에서 강한 반대가 쏟아지지만, 이 정도 반대를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다. 일각에서는 '사면'을 놓고 이 대표와 청와대가 교감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월 12일과 2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독대한 바 있다. 어쨌든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목전에 둔 만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놓고 문재인 정부, 민주당, 야권은 모두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셈법'을 떠나 문 대통령은 새해부터는 '분열'의 정치를 버리고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여론 떠보기' 혹은 서울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사면 카드'라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정치적 셈이 아니라 사회 통합과 미래를 향한 '사면'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은 신속히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 아무런 정치적 계산이 없을 때 '국민 화합'이라는 이익, '미래로'라는 비전을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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