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잊지 못할 길고 힘든 2020년이 가고 2021년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지난해 인간의 존엄성과 나약한 인간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전무후무한 경험을 했다. 인간의 역사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불확실성의 시대는 현대인으로서 처음 겪는 미증유의 사태임이 틀림없었다.
새해에도 빠른 시간 내 이 같은 상황이 호전될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는 가운데 프로스포츠 일정도 매우 불투명해 걱정스럽다.
그나마 되짚어본 2020년, 국내 여자프로선수들의 활약은 코로나19로 우울한 기분을 조금이나마 전환시키는 '청량제' 같았다.
US오픈 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에서 김아림 프로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대역전극으로 우승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이어 고진영 프로가 또다시 탄탄한 아이언 스윙을 앞세워 CMB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2020년 세계랭킹 1위를 수성했다.
관중 없는 필드에서 선수들 만의 외로운 경쟁에서 한국인의 뚝심을 십분 발휘, 우승의 영예를 안은 이들을 밤새워 지켜본 필자는 안개처럼 희뿌연 한 스포츠의 미래를 염려하고 있었다.
며칠 전 비가 갠 다음 날 오전 시간임에도 안개가 자욱한 필드에서 라운딩한 적이 있었다. 카트에 올라탄 일행들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길을 더듬으며 첫 홀을 향했다.
티그라운드에 올라섰을 때 불과 10여m의 시각도 확보되지 않아 불안감이 일시에 밀려들었다. 홀의 생김새를 종전 라운드 때 기억을 더듬어 방향을 맞춰보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그렇게 앞을 주시하며 혼돈에 빠졌을 때 동반한 캐디가 곁에서 팔을 뻗으며 "저를 믿고 이쪽으로 치세요"라며 방향을 가리켰다.
필자가 선 어드레스 발의 방향을 고쳐주며 "이 방향으로 똑바로 치면 페어웨이 위에서 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실제로 캐디가 지목한 곳으로 타구 한 뒤 안개를 뚫고 페어웨이를 걸어가자 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린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의 세컨드 샷 역시 오로지 손안에 전해지는 콘택트 느낌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희뿌연 안개를 뚫고 선명하게 나타난 그린 위의 볼은 평소 라운딩에서 맛본 것과는 전혀 다른 희열로 다가왔다.
전반 홀까지 이 안개 낀 상황은 지속됐다. 물론 정상적인 룰에 따르면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개 낀 기후에서 라운딩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곧 안개가 걷힐 것이라는 캐디의 조언은 또 한 번 용기 있게 라운딩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의 어드바이스였다.
절망스런 안갯속을 우왕좌왕 하는 골퍼에게 캐디의 조언, 바이러스 감염병을 막고자 분투하는 의료진들에게 백신개발 소식은 그동안 불안감에 휩싸여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확진환자,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품게 하는 기쁜 외침임이 틀림없다.
안개와 다를 바 없는 2020년 바이러스 감염환경에서 2021년 새해 우리에게 주입될 코로나 백신은 시야를 확 뚫리게 할 빛이 아닐까 싶다. 언제쯤 자신들에게 면역의 혜택이 주어질지 불투명하지만 등불 빛이 반짝이는 항구를 향해 나아가는 배처럼 새해 희망을 가슴에 품고 다시 용기를 얻어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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