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발 ‘사면론’에 정치권 술렁 野 '발끈' 與 '당황' 靑 무슨 속내 있나?

입력 2021-01-01 18:40:09 수정 2021-01-01 19:49:08

국민의힘 "들어본 적 도 없어" 국민의당 "선거 이용하려고?" 정의당 "심히 유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일 신축년 새해 첫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일 신축년 새해 첫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야당 대표들은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두 대통령이 몸 담았던 국민의힘으로서는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공식 사과까지 한 상황에 이 같은 언급이 집권여당 대표에게서 나온 것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야권 연대를 주장하며 올해 4·7 재보궐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야권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며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김종인 위원장은 1일 국립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후 기자들에게 이낙연 대표가 언급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제의 질문을 받고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선을 그었다.

재차 이어진 질문에도 "전혀 들어본 적 없다" "지난번에 (이 대표와) 만나서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이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했지만 당시 그런 언급이 전혀 없었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신축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현충탑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축년 새해 첫 날인 1일 오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현충탑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대표는 직접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국민적 공감대가 중요하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야권 통합과 연대를 통해 올해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안 대표로서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자칫 야권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사면위원회를 제대로 가동해 논의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 대표의 제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갑자기 이런 말씀을 왜 하시는지 모르겠다. 심히 유감"이라면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전혀 옳지 않을뿐더러 불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를 사면하면서 최순실은 용서하지 않을 도리가 있느냐. 이명박을 사면하면서 국정원 댓글 공작 범죄자인 원세훈은 풀어주지 않을 방법이 있느냐"고 되물으면서 "권력자에게만 관대한 법 적용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사면을 제안하겠다고 한 입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1년 온택트 신년인사회에서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1년 온택트 신년인사회에서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이러자고 촛불 든거 아냐", 친이·친박 진영은 "환영"

이 대표가 불을 지른 사면론에 여권 내부에서도 술렁거림이 포착됐다. 새해 국민통합의 취지에서 집권여당 대표로서 충분히 고려할만한 선택지라는 평가와 함께, 아직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회의적 목소리도 동시에 터져나왔다.

당내 중진이자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낸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탄핵과 처벌이 잘못됐다는 일각의 주장을 의도치 않게 인정하게 될 수도 있는 데다, 자칫 국론 분열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며 "시기적으로도 내용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도 "무엇보다 탄핵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이 용서할 마음도, 용서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고 그럴 생각조차 해 본적이 없다"고 반대 뜻을 밝혔다.

당장 당원 게시판에는 "이러자고 촛불 든 것 아니다. 이건 배신", "국민 통합은 없고 당내 분열만 가져올 것"이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반면, 친이·친박 진영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도 들렸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인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보여주기식 정치쇼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조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표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와 형집행 정지는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조 대표는 그러면서 "국민 보여주기식, 위기탈출 해법으로 정치적 쇼가 아닌 불법 탄핵의 잘못을 시인하고 지금이라도 즉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발언에 환영한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라도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하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이낙연 혼자만의 생각 아닐 듯 …文과 교감한 결과 추측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소통과 통합을 위한 정국 구상'의 하나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말했다.

이 대표는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로, 이 문제를 적절한 때에 풀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의 법률적 상태가 다르다"고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이 확정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현재 일부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도 오는 14일 재상고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재상고심에서 형이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도 사면이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를두고 일각에선 이낙연 대표가 일정부분 문 대통령과 교감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이 대표는 지난달 12일과 2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이 자리에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법무부 장관의 후임을 내정하고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등을 교체하며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기조와 맞물려 전략적으로도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늦어도 3·1절 전에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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