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무혐의' 100페이지 보고서, 이성윤은 왜 모르쇠하나?

입력 2021-01-01 17:05:14

보고서 받고 침묵하다 2 차장검사에게 검토 지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검찰총장. 매일신문DB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검찰총장. 매일신문DB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채널A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고 결국 해를 넘겼다.

수사팀이 지난달 초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100여쪽의 무혐의 이유보고서를 올렸는데도 이를 묵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개월 넘도록 시간을 끄는 건 한 검사장을 불기소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 명분으로 내세운 '검언유착' 프레임이 깨지는 것을 우려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13일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왼쪽)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월 13일 부산고등·지방 검찰청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왼쪽)를 비롯한 간부진과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 '한동훈 공모 혐의 부족' 100페이지 보고서 제출

1일 조선일보 등에 따르면, 중앙지검 변필건 형사1부장은 최근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이 지검장에게 A4 용지 100여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올렸다.

보고서에는 최근 채널A 관련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이 이번 사건에 공모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혐의도 확정하기 힘들다는 내용이 적혔다고 전해졌다. 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견(異見)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변 부장은 지난 10월 서울중앙지검 국감을 앞두고 '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를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변 부장에게 "실망이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도 "당초 정권이 원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를 위해 한 검사장을 타깃으로 수사를 해왔던 것인데, 혐의가 안 된다고 하니 실망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이에 변 부장은 수사팀 내부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다시 작성해 제출했다는 것.

앞서 수사팀은 지난 7월 당시 채널A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도 여권이 '검언 유착'이라고 주장했던 유착 상대방인 한 검사장은 채널A 기자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하지 못했다.

MBC에 '검언 유착'이라고 제보한 사기 전과자 지모씨 역시 채널A 기자 재판부의 증인 출석 요청에 수개월째 불응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MBC가 '검언 유착'이라고 보도한 이후 시작돼 수사 기간이 9개월이 넘었다. 검찰이 한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론 내며 사실상 '검언 유착'이 사실이 아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및 피소 사실 의혹을 수사했던 검경은 5개월간 수사한 뒤 무혐의 결론을 내렸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검·수원고검 산하 검찰청들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2차장에게 보고서 검토 지시, 책임 회피 하려고?

변필건 부장의 보고서를 받은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 최성필 2차장에게 보고서 검토를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차장은 수사팀의 기록 전체를 받은 뒤 수사를 다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두고 보고서에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하던 이 지검장이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던 차장검사에게 다시 검토를 맡긴 것은 결국 정권이 원하지 않는 결론으로 수사가 향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구체적인 경과 등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한 검사장이 무혐의가 되며 '검언 유착'이 허구였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채널A 사건 수사와 감찰을 방해했다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역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 안팎에선 "친정권 성향의 이 지검장이 사건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자신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수사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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