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흰 소띠의 해와 ‘광풍제월’

입력 2021-01-01 06:30:00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2021년 첫날이 밝았다. 새해 첫날인 오늘은 어제와 가장 길고 멀게 느껴지는 날이다. 지난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날, 이 사이에는 저마다의 사연을 정리하고 또 새로운 기분으로 한해를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에게는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심기일전 새로운 계획을 세워 목표달성을 시작하는 첫날이다. 그래서 지나간 해를 사자성어로 반성하기도 하고 또 새해에는 사자성어로 새로운 의지를 담기도 한다.

새해를 맞으며 가장 좋은 사자성어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고민하다가 선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은 인류가 위기에 직면한 해였다. 2021년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광풍제월(光風霽月)'로 시작한다.

광풍제월은 '맑은 날의 시원한 바람과 비 갠 날의 상쾌한 달빛'이란 의미로 주로 사람의 높고 깊은 인격을 비유할 때 이르는 말이다. 코로나로 지친 한 해를 보낸 터에 2021년은 풍부한 경험과 훌륭한 인품을 가진 이들의 잠재력이 곳곳에서 발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택했다. 이 엄혹한 시기에 화창한 날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비 그친 뒤 하늘에 뜬 밝은 달과 같은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새해는 신축년(辛丑年), 흰 소띠의 해다. 농경문화에서 소는 풍년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래서 입춘 전후에 풍년을 기원하며 흙이나 나무로 만든 소 인형을 세우는 풍습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흰 소띠의 해가 신성한 기운을 상징한다는 의미처럼, 느리지만 묵묵히 일하는 근면하고 성실한 소를 사람에 비유하는 것은 소의 타고난 품성이 사람으로 치면 '광풍제월'과도 통한다. 근면, 성실을 우직한 소에 비유하는 것은 농경문화의 상징이지 21세기 최첨단 과학시대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할 수 있다.

음력 정월 첫날 설을 지내면서 유년과 청년시절을 보냈던 필자의 경우는 신정과 구정 사이에서 소중한 경험을 했다. 신정에 세웠던 계획이 작심삼일이어도 구정에 실천 가능한 계획으로 수정하면서 생각도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일 년에 몇 번 명절에만 만나는 비슷한 또래끼리 싸우기도 하지만, 금방 잊고 정과 덕담으로 단단하게 한 살 두 살 철들게 했던 정서가 있었다. 그래선지 양력 첫 날 스마트폰으로 가족과 친지 그리고 친구들에게 새해인사로 몇 자의 글에 부족한 감정을 이모티콘으로 대신한다. 정서적 결핍을 채울 대안을 생각하는 새해 첫날이다.

온라인 소통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아마도 미래에는 입거나 피부에 심는 스마트한 타투나 칩이 나오지 않을까. 이제 스마트폰은 하루라도 없으면 불편해지는 것이 나만이 아니라 나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까지 미친다.

코로나가 스마트한 시대를 더 재촉하고 있다. 그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리드(lead)와 리드를 만드는 사회는 풍부한 경험과 인품이 필요해 보인다. 흰 소띠 해가 광풍제월로 서로를 비추는 해가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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