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대구점서 아웃도어 의류 매출 비약적으로 성장
“집콕 떠나고 대면도 피하려는 가족·연인 단위 ‘산린이’(등산+어린이) ↑”
올 한해 아웃도어 시장이 대격변을 겪으며 제2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이어졌다. 전 국민이 갑작스러운 코로나19 전염을 피하려다 오랜 실내생활에 지치곤 했다. 일년 내내 집에만 있자니 좀이 쑤셨던 걸까. 실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등산, 캠핑, 산책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
이런 영향에 아웃도어 매장들도 'V자' 회복을 겪었다. 야외 활동 때까지 격식을 차리거나 불편한 옷을 갖춰 입을 필요는 없다. 그렇다 보니 아웃도어 의류나 운동복을 새로이 장만하려는 수요가 늘었다.
특히 올해는 아웃도어 입문자가 증가한 영향으로 연인이나 가족 등 2~4인 단위 소비자가 아웃도어 의류를 계절마다 반복 구매하는 현상이 잇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콕 탈피해 산으로 캠핑장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에서 아웃도어 의류는 산악을 즐기는 4050세대의 일상복일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의 제2 교복으로까지 입지를 키우며 급성장했다. 2014년 총 매출 7조1천6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그 뒤로 2018년까지 매출이 2조5천524억원로 급락하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수년 간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며 점퍼류 인기가 떨어졌고, 라푸마·살레 등 몇몇 브랜드는 '한국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외출 자제령'에 아웃도어 의류가 팔릴 리 만무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직장인과 학생, 주부와 어린이·노인들이 저마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 등 집콕에 지친 한해였다. 사람 많은 (키즈)카페와 음식점, 문화센터 등의 강의실을 최대한 피해야 했다. 당연한 삶을 당연하지 않게 보내던 와중에도 벚꽃 날리는 봄과 푸르른 여름, 울긋불긋한 가을 등 다채로운 계절이 보란듯 우리를 스쳐 지나갔다.
오랜 집콕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답답한 집 대신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산과 들로 뛰쳐나갔다. 이름난 산보다는 동네 뒷산이나 공원, 인적 드문 시간대 등산로에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나가 살아있음을 느끼곤 했다. 이런 움직임에 아웃도어 매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기존 40, 50대가 주축이던 아웃도어 의류 소비층은 2030세대와 10대로까지 확장됐다. 가족 권유로, 혹은 자발적으로 사랑하는 이들과 산에 오르기 시작한 '산린이'(등산+어린이, 등산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 가 늘어난 것이다. 젊은 등산객이 늘면서 아웃도어 의류 디자인도 변화를 맞았다.
화려한 디자인, 고기능성 소재 등 기존의 아웃도어 의류 공식은 인기가 떨어졌다. 그 대신 SNS에 각자의 건강미를 뽐낼 수 있도록 해주는 레깅스와 스포티한 재킷, 가벼운 러닝화 등이 각광받는다. 온라인 소통과 개성 발현에 거리낌 없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다 보니 최근 트렌드인 애슬레저(애슬래틱+레저, 삶의 일부인 듯 가볍게 즐기는 스포츠) 스타일, 평소 언제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실용적 디자인이 주효했다.

◆청년 취향저격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의류' ↑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이런 트렌드를 따라 새로운 라인업을 속속 내놓으며 젊은 층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전략이 소비자 수요와 맞아떨어지면서 고객 '락인 효과'(Lock in·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정 브랜드 의류에 만족한 중·장년 부모가 같은 브랜드 점포를 재방문해 자녀의 아웃도어 의류까지 추가 구매하는 사례가 많다. 반대로 자녀가 트렌디한 디자인의 새옷에 만족하면 부모가 같은 브랜드에서 자신의 새 의류를 장만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올해 처음 등산·캠핑에 갓 입문한 청년들 경우 친구의 SNS 계정에서 접한 아웃도어 브랜드 의류를 따라 산 뒤 후속 구매를 이어가는 현상도 나타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27일까지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현대시티아울렛 대구점의 올해 월평균 아웃도어 매출 신장률은 5.8%(이하 전년 동기 대비)로 집계됐다. 4월까지 대체로 마이너스 신장률을 보였다가 5~7월 플러스로 돌아섰다.
무더위로 아웃도어 인기가 식는 8, 9월 다시 마이너스 신장을 했다가 행락철인 10월 이후 다시 플러스 전환한 모습이다. 10월 신장률은 44.7%로 나타나 올해 중 가장 높은 실적을 자랑했다.
아울렛에서는 기존 인기군이던 '마운틴 아웃도어' 브랜드(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네파) 매출이 전년 대비 월평균 49.1% 신장한 가운데,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 브랜드(아이더, 컬럼비아, 디스커버리) 매출도 43.7%로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오창목 아이더 현대백화점 대구점 매니저는 "아웃도어 붐에 따라 온라인 쇼핑객을 대상으로 가격 할인폭을 키우며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매장 방문객이 줄었지만 등산족이 늘고 패밀리룩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높아지면서 온·오프라인 매출이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각 브랜드 사례로도 알 수 있다.
블랙야크가 2013년 출범한 산행 커뮤니티 플랫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은 7년째인 지난해에야 회원 수 10만명을 넘겼으나 올해 들어 5월까지 4만명 이상 급증했다.
또 아웃도어 브랜드 K2가 지난 4월 '산행 시 쓰레기 담아오기' 캠페인을 열었을 때 20, 30대 참가자가 전년 대비 5배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K2의 등산화·하이킹화 등 신발 제품 매출은 올해 4월 기준 전년 동기보다 50% 급증했다.
아웃도어 업계는 올해 코로나19가 촉발한 활기를 바탕으로 제2 전성기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내년 하반기는 돼야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만큼, 해외여행 대신 국내에서 등산이나 캠핑을 즐기려는 수요가 상반기까지도 여전할 전망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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