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야 '변창흠 낙마' 도덕성 총공세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야 "최소한의 품격 갖추지 못해" 비판
'구의역 김군' 발언 관련해 거듭 사과…자녀·지인 특혜 등은 적극 해명
23일 국회에서 열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도덕성 검증에 화력을 집중했다. 변 후보자는 '구의역 김군' 발언과 관련해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딸 허위 인턴경력 의혹 등 나머지 논란에 대해선 적극 해명했다. 정의당도 변 후보자가 자질 미달이라며 고개를 젓고 있지만, 정부여당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를 저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의역 김군' 발언 거듭 사과
변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구의역 김군' 발언부터 사과했다. 그는 "4년 전 제 발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 특히 김군과 가족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변 후보자를 질타하면서도 거듭 사과할 기회를 준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인성'을 거론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은 "후보자 스스로 모두발언을 통해 사죄했는데 다시 한 번 일어나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한 번 더 해달라"고 했고, 김회재 민주당 의원도 "간단하게 진정 어린 사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사과를 다시 부탁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군위의성청송영덕)은 "국무위원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했다"며 "변 후보자는 즉시 자진사퇴하고 용기가 없다면 임명권자가 즉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역시 변 후보자에게 비판을 쏟아냈다.
심상정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김군 어머니가 "산산조각나 죽은 우리 아이에게 다 뒤집어씌운다"고 울부짖는 육성 파일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변 후보자를 향해 "'사람이 먼저다'라고 국정 철학을 내건 정부에선 (후보자가) 더 적합하지 않다는 게 민심"이라고 했다.
육성 파일을 듣고 침묵하던 변 후보자는 "유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경솔한 발언을 했다.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낙마'만이 목표… 野 파상공세
국민의힘은 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은 변 후보자 장녀가 2008년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변 후보자와 관련된 시민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며 '아빠찬스'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특목고 진학을 위해 제출한 학업계획서를 보면 환경정의시민연대,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방배유스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고 돼 있다"며 "이들은 후보자가 직접 몸담은 조직이거나 부인이 밀접한 인연이 있는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인 부모들이 자식에게 이렇게 만들어 주기는 어렵다. 조국 장관 때 봤던 익숙한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변 후보자는 "실제로는 (해당 봉사활동을 입시 서류에) 쓰지 않았다. 특목고는 떨어졌고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으로 재직하며 '지인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SH, LH 사장 재직 시 지인 단체에 일감, 연구용역을 몰아줬고 인재를 뽑으면서도 혜택이 돌아갔다. LH 사장으로 있을 땐 (후보자가 재직했던) 공간환경학회와 사업용역을 수의계약했다"고 지적했다.
변 후보자는 지인특혜 의혹을 모두 부인하며 "수의계약은 수의계약이라고 해서 제가 아는 업체에 일방적으로 줬다고 이해하면 안 된다"고 해명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군위의성청송영덕)은 변 후보자가 과거 과태료, 지방세 등을 체납했음에도 서면질의 답변서에 "체납한 사실이 없다"고 기재했다며 허위 답변을 문제 삼았다.
변 후보자는 "과거의 일이라 기억이 없었고 당초 자료를 작성하는 (인사청문팀 내) 과가 다르다 보니 정보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변 후보자는 SH 사장 때 법인카드를 과도하게 사용했다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공기업 사장이 법인카드를 많이 썼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을 많이 만나며 일을 많이 한 것으로 봐달라"고 답했다.

◆트러블메이커?…입만 열면 '논란'
변 후보자는 '구의역 김군' 발언으로 낙마 위기에 몰리고 있지만, 이날 청문회장에서 질문 취지와 맞지 않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아 새로운 논란을 자초했다.
변 후보자는 "우리나라 문화는 서로 모르는 사람하고 아침을 먹지 않는다. 여성인 경우에 화장이라든지 이런 것들 때문에 아침을 (모르는 사람과) 같이 먹는 건 아주 조심스러워한다"고 말했다.
SH 사장 시절 공공임대주택 입주민과 관련해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서 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고 발언한 것을 해명한 것인데, '여성', '화장' 등의 단어를 사용해 성차별적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변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에 다소 황당한 답변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반사적으로 '네'라고 대답한 후 설명을 요구하자 동문서답으로 답변하는 식이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가구 1주택 법안에 찬성하느냐"고 묻자, 변 후보자는 "네"라고 했다. 김 의원이 "찬성한다는거냐"고 재차 확인하자, 그는 "아니다. 법안 자체는 제가 자세히 보지 못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주거기본법 정신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헨리 조지가 살아 있다면 토지사용권은 인민에게 주고, 소유권은 국가가 갖는 중국 방식을 지지했을 수도 있다"는 발언을 소개하며 동의하는지 물었다.
변 후보자는 "네"라고 즉답한 후 다시 "구체적으로 저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입장을 뒤집었다. 하 의원 "동의하느냐"고 재차 묻자 "네"라고 답하고는 "이분 생각하고 다르다"고 부정했다.

◆외나무다리서 만난 능인고 동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는 청문회장 밖에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변 후보자가 자진사퇴 하든지 대통령께서 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는 구설과 막말을 무마 시도하려고 사전 예고도 없이 산재 피해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장을 그것도 사진 찍는 사진사를 대동하고 고개를 숙이는 이런 쇼까지 연출했다"며 "아무런 진정성도 없고 오늘 하루 청문회만 지나면 된다는 계산으로 국회와 국민들을 모독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변 후보자는 전날(22일) 김군 어머니 등이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인 국회 본청 앞에 모습을 드러내 고개를 숙였지만, 사과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 원내대표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만약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 우리는 사법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변 후보자의 대구 능인고 5년 선배인 주 원내대표는 앞서 "인간적으로 무척이나 고민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변 후보자 낙마를 고리로 대여투쟁의 반전을 꾀하기 위해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칼끝을 변 후보자에게 직접 겨눴다.
정의당까지 가담한 총공세에도 결정적 한방은 없었던 탓에 문재인 대통령이 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국무위원 임명은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23명의 후보자를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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