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록 썰매 타고 동심으로…산타클로스는 진짜 있었다

안용모(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자유여행가가 매일신문 깃발을 꽂고 신비의 북극탐험을 다녀왔다. 바로 눈앞에 서 있는 빙산, 하얀 북극곰과 고래, 순록 등의 북극권에 사는 야생동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분되었다. 우리가 모르는 북극! 북극은 남극대륙과 달리 비슷한 크기의 빙하와 얼음이 육지가 아닌 바다 위를 덮고 있다. 이 거대한 빙하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얼고 녹기를 반복하여 인간이 거주할 수가 없다.
자연이 아름다운 핀란드와 스웨덴 그리고 노르웨이를 코로나 발생 전 지난해 여름과 겨울에 비교하며 다녀왔다. 백야와 극야를 경험하고, 신의 영혼 또는 빛의 커튼이라고 불리는 오로라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로 불리는 로포텐제도의 레이네 마을의 여름과 겨울의 비경은 어떤 모습일지 설국열차를 타고 다닌 여행기를 소개한다.
◆동화속의 세상, 산타마을(Santa Claus Village)

▶ 산타마을 가는 길
2020년이 유래 없는 코로나로 을씨년스럽게 저물어가고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다. 백신개발과 접종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빨리 코로나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금은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온 여행을 추억하는 또다른 여행의 준비시간이 주어진 것 같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이브의 설레임은 여느 해와 변함없는 것 같다. 북극을 가는 길목에 설원을 달리는 썰매와 일년내내 크리스마스의 설렘이 가득하고 겨울 밤하늘을 수놓는 신비로운 오로라의 향연이 펼쳐지는 동화처럼 아름다운 겨울 나라로 떠났었다.
인천공항에서 핀란드의 수도이자 여행의 출발점 헬싱키까지는 직항으로 10시간 정도 걸렸다. 헬싱키에서 900km 떨어진 산타마을이 있는 로바니에미(Rovaniemi)까지는 비행편도 있었지만 기차를 사랑하는 여행자는 중앙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즐거움과 저비용을 함께 누렸다. 헬싱키역에서 로바니에미까지는 기차로 12시간정도 소요된다.

기차 외부에 산타클로스 심볼이 선명한 산타클로스특급열차(santa claus express)로 이름 붙은 야간침대기차를 타고 밤새 달려야 하지만 기차 안을 오가며, 식당칸에서 여행자들과 맥주도 한잔하며 야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흔들리는 기차 속 2층 침대위에서 잠을 청하니 요람에 누운 듯 오히려 편안하기까지 하다. 북쪽으로 몇 시간을 달렸을까? 창밖의 불빛사이로 하얀설국이 펼쳐지고 있다. 성탄절 전날 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벼가며 밤을 지새웠던 유년의 기억이 아련하다. 새벽이 열리면서 산타클로스특급열차는 눈 쌓인 로바니에미역에 도착했다.
로바니에미는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의 주도로 북극으로 가는 관문으로 일컫는다. 열차에서 만난 여행자는 북극권을 분주함과 스트레스의 경계선이라고도 했다. 지구의 북쪽 길목은 고민과 걱정을 털어버리기에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바니에미역에서 버스를 타고 눈길을 30여분을 가면 겨울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핀란드정부 공인을 받은 산타마을이 기다린다.

◆ 낭만 가득한 동화 속 세상의 산타마을
버스에서 내려 처음 여행자를 맞이한 산타마을은 낭만이었다. 울창한 전나무 숲 속에 조성된 산타 마을에는 뾰족한 지붕의 통나무 오두막으로 된 산타의 집무실, 산타 우체국,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독특하고 다양한 숙박시설 등이 그림같이 옹기종기 모여 산타마을을 이루고 있다. 마을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 크리스마스 불빛이 어두운 겨울날을 밝게 빛나게 한다. 여행자는 빈손이었지만 그 마을은 달랐다.
넘치는 사탕과 초콜릿, 저녁 무렵의 수많은 촛불들. 루돌프가 끄는 썰매에 실린 선물 꾸러미 앞에서 초연해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어른이라도 눈앞에 펼쳐진 산타마을의 동화 같은 풍경에는 나이도 잊고 설렘과 짜릿한 긴장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안내센터 심볼이 보이는 예쁜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한가운데에 북극권이 선명하게 표시된 하얀 선이 들어온다. 하얀 마법라인이 북극권이라는 아틱 서클(Arctic Circle)은 적도로부터 북위 66도 33분 07초 지점을 이은 커다란 위도의 원과 그 북쪽 지역을 뜻한다. 여름에는 이를 미드나잇 선(Midnight Sun)이라 부르고, 겨울에는 극야(Polar Night)나 핀란드어로 까아모스(Kaamos)라 부른다.
하짓날에는 이 위도선 상에서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지지 않고, 동짓날에는 해가 뜨지 않는다는 곳을 넘어 북극권으로 들어섰다. 많은 여행자들이 경계선이 표시돼 있는 산타마을에서 북극권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북극권 출입 인증서를 발급 받거나 여권에 스템프를 찍을 수도 있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위해 유명한 맛집으로 소문나서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라는 연어구이 집을 찾아 갔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니 직원이 꽤 오랫동안 그릴을 돌려가며 연어를 굽는다. 직화구이여서 맛이 더 만족스러웠다. 각국의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 독특한 실내외를 돌아보며 북적대는 것이 맛을 더한다. 저녁에는 또다른 곳에서 크랜베리(Cranberry)를 곁들인 별미라는 순록고기를 처음 맛보기도 했다.
산타마을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스노우모빌, 허스키와 순록썰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곳에서 순록썰매를 타고 숲속의 산타마을을 누볐다. 생각보다 덩치가 큰 순록은 비교적 온순하고 천천히 이동하며, 산타마을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동심으로 돌아가 멋진 추억속으로 빠져 들었다. 한마디로 산타마을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산타클로스와의 만남뿐만 아니라 다양한 액티비티 체험, 맛집, 쇼핑을 할 수 있는 테마파크 같다.

◆ 꿈속의 산타할아버지와의 만남
산타마을 여행의 백미는 산타클로스(Santa Claus)를 만나는 것이다. 어쩌면 산타클로스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 속에, 어른들의 박제된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믿음을 바라는 것의 실상인지도 모르겠다. 산타 집무실의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산타클로스가 커다란 냄비가 걸린 벽난로 옆 의자에 앉아 여행자를 맞이한다. 거구에 배꼽까지 내려오는 풍성한 수염과 붉은 고깔모자와 조끼를 입은 모습은 우리가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다.
한쪽엔 선물 상자가 가득 든 자루가 쌓여 있고, 그 뒤로는 빛바랜 옛날 지도가 액자에 담겨 걸려 있다. 상상 속 그대로의 진짜 산타는 여행자를 미소로 맞이하며 들고 있던 두툼한 지도에서 대한민국을 찾아내고 짧은 대화를 나누고, 엘프(Elf)로 불리는 요정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 산타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가 돌아왔다.

마지막에 나의 소원 하나를 물었다. 여행자는 북극탐험을 안전하게 무사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말했다. 산타가 이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있을지 궁금증을 낳게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의 산타는 주민 선거로 선출되어 활동한단다. 산타와 만나고 나와서 핀란드 체신국이 직접 운영한다는 산타클로스 우체국으로 향했다. 동화속에 나올법한 오래된 통나무들로 만들어진 이 우체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인된 산타클로스 우체국이다.
세계 각국에서 산타클로스에게 보낸 편지가 집결되는 곳이자 산타 스탬프 엽서를 세계 각지로 보내는 곳이다. 매년 200여개 국가로부터 약 50만 통의 편지가 이곳으로 배달된다. 지구상에 주소를 쓰지 않아도 편지가 배달되는 유일한 곳이다. 그냥 봉투에 산타클로스라는 받는 이의 이름만 적거나 산타클로스 그림만 그려도 편지는 도착한다.산타우체국은 각국에서 날아온 편지를 정리해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등 14개 언어로 답장을 작성하여 보내준다.

모든 카드, 편지, 소포들에는 이곳만의 특별한 소인이 찍힌다고 한다. 어디를 가나 여행지에서 나에게 보내는 산타가 있는 예쁜 엽서를 이곳에서도 써서 보냈다. 산타우체국에서 보내는 엽서나 편지는 여행자의 의사에 따라 현장에서 바로 보내지는 것은 노란우체통에 넣고,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맞춰 배달되기를 원하면 빨간색 우체통에 넣도록 배송 기간에 따라 우체통도 두 가지 색깔로 나뉘어 있다. 산타마을의 산타와 요정들의 사진이 기념엽서로 판매된다.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이 갖추고 있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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