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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아트그룬 전숙경
허기 들린 포클레인 산동네를 잠식한다
비탈에 선 집과 가게 밥 푸듯 푹 퍼 올려
뼈마디 오도독 씹는 공룡 같은 몸짓으로
찢겨져 너덜대는 현수막 속 해진 말들
무너진 담벼락은 철근마저 무디게 휘어
날이 선 금속성 이빨 하릴없이 보고 있다
이주민 행렬 따라 먼지구름 피는 도시
아파트 뼈대들이 죽순처럼 솟아오를 때
만삭의 레미콘트럭 양수 왈칵 쏟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