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검체 검사 받아보니…"피해줄까 죄스럽고, 잠도 못 자요"

입력 2020-12-21 18:29:51 수정 2020-12-22 06:29:01

"보건소 의료진 하루 1천여 명 채취, 작은 난로로 추위 견디고 있어"
"콧속에 면봉 들어올 땐 눈물 찔끔"

영하의 날씨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경북 안동보건소를 찾은 시민들이 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인터넷 캡처
영하의 날씨에도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경북 안동보건소를 찾은 시민들이 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다. 인터넷 캡처

20일 오후 7시 경북 안동보건소 앞. 기자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긴 줄에 합류했다. 취재가 아니라 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 앞 방음벽 철거현장 취재 당시 현장에 있던 모 기관장이 확진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급적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는 취재는 피했지만 불가피할 경우 KF94 마스크와 장갑 등을 꼭 착용하고 휴대용 소독제를 수시로 뿌려왔다.

이날도 더 조심했지만 접촉자 중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함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집에서 보건소까지 15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이날 하필 18개월 된 아들이 넘어지면서 책상에 부딪혀 눈 부위를 크게 다치는 불상사도 있었다. 아들의 눈은 심각하게 퉁퉁 부어 오르고 시퍼렇게 멍이 드는 상황이지만 확진자와 접촉이 의심되니 응급실도 데려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괴로운 마음을 뒤로 하고 안동보건소에 도착하니 선별진료소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영하의 날씨 속에 점퍼를 입어도 몸이 떨릴 정도였지만 의료진들은 방호복 착용을 위해 두꺼운 옷도 입지 못했다. 작은 난로는 추위 이겨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벌써 두 번째 검사다. 콧속 분비물을 채취하려고 깊숙이 들어온 면봉에 눈물이 찔끔 흘렀다. 참아보려 했지만 머리 끝까지 닿은 듯한 면봉에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늦은 시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루 1천여 명의 검체를 채취한다고 보건소 관계자가 귀띔했다. 확산세가 정말 심각하다는 게 절실히 느껴졌다.

귀가 후에도 마음은 여전기 무거웠다. 두 번 검사를 받으며 느낀 공통점은 '죄스러움'이었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업을 중단하고 자가격리까지 들어가면 그 원망이 내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평소 예방을 위해 안팎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소독용품 구입 등 경제적 지출을 마다하지 않았는데 만약 확진 판정을 받으면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 역시 이상증상이 있어도 쉽사리 검사를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들었다.

눈이 퉁퉁 부어 멍든 채 잠든 아이 곁은 지키다 어느 새 아침이 밝았다. 오전 8시가 되기 전 울린 휴대전화에서 '음성'임을 알리는 목소리가 전해졌다. 피곤이 씻겨가는 기분이었다. '검사를 받지 않고 고민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빠른 검사 후 결과를 받는 것이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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