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야권 단일후보?…"반문 세력 결집 좋은 계기" "전성기 지나 과한 욕심"

입력 2020-12-20 18:01:59 수정 2020-12-20 20:55:32

정치권 뜨거운 반응…한 때 몸 담았던 '민주당'에선 대권도전용이라며 비판
'야당'인 정의당에선 '착각은 자유지만 표현은 무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야권 단일후보'로 내년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 대표는 이날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며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말해 국민의힘과의 야권후보 단일화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안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기 위해선 최소한 제1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안 대표의 기대와 달리 국민의힘의 태도가 뜨뜻미지근하다.

안 대표는 '준치는 썩어도 준치'라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언제적 안철수? 옹립할 생각 없으니 야권 단일후보 하고 싶으면 우리당 경선에 참여하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안 대표가 향후 실시될 각종 여론조사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느냐에 따라 사실상 정치적 생명을 건 이번 승부수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수진영에 아무런 정치적 기반이 없는 안 대표가 기댈 곳이라곤 여론의 지지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대표의 이날 출사표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겉으로는 '반(反) 문재인 대통령 세력 결집'을 위한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반기고 있지만, 그냥 인사치레다. 돌아서서는 이내 안 대표의 욕심이 과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당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안 대표의 출마선언과 관련, "후보 중의 한 명"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재보선 공천관리위원장 임명안 의결을 위해 소집된 온라인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안 대표도 나왔고 이제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되는데, 우리는 우리의 것을 잘하면 된다"면서 "최대한 안 대표에 반응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려면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한 비대위원은 "(김 위원장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 중심으로 선거 국면을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고, 굳이 어떤 메시지를 내서 (안 대표의 입지를) 키워 줄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겨우 원내의석 3석을 보유한 정당의 대표가 103석인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권 전체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격"이라며 "안 대표가 전성기 시절의 '개인기'(지지율)를 보유하고 있다면 모를까, 지난 4월 총선결과를 다 정치권이 소화하기에는 황당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예전 같지 않은 몸값을 반영한 하향 안전지원이 아니냐', '이번에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느냐', '제1야당이 힘들지만 안 대표를 옹립할 정도는 아니다' 등의 비아냥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선 안 대표의 정치적 정체성부터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으로 정치를 했고 중요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보수진영에 타격을 입힌 안 대표에게 야권 단일후보 완장을 채워줘도 되느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최소한 안 대표가 서울시장으로서 어떤 정책을 펼지 그 정책은 국민의힘과 결이 같은지 등은 점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때 안 대표가 몸을 담았던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가시 돋친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경선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우상호 의원은 "안 대표가 시장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힌 지 18일 만에 거취를 바꾸는 것이 과연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인가"라고 공격했다.

정청래 의원은 "쇠락하는 당세와 존재감을 끌어올리려는 고육지책의 악수"라면서 "체급을 가리지 않는 '묻지마 출전'을 한다고 승률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패전의 기록만 쌓여간다. 패배도 습관이 된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야당인 정의당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겠다"고 한 안 대표에 대해 "야권 단일후보 표현은 무례하고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정의당도 야당이다. 착각은 자유라지만 대체 누가 자신을 야권 단일후보로 만들어줬다는 건지 안쓰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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