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간 변함 없는 페스트균…21세기 인류도 위협할까
흑사병이 올 여름 중국에서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어 수많은 감염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와중에 흑사병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흑사병이라면 중세시대 유럽에서 당시 인구의 삼분의 일을 죽게 만든 무서운 감염병이었다. 그런데 그 흑사병이 올해에 중국에서 발생했다? 2002년 사스와 2019년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하여 세계로 퍼져나갔는데 이 흑사병마저 전세계로 확산되면 어떡하나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21세기에 발생한 흑사병이 중세시대 유럽을 휩쓴 흑사병과 차이점은 있는지?

◆2020년에 흑사병이 발생했다?
올 여름 중국과 몽골에서 흑사병 의심환자가 여럿 발생했다. 야생동물을 사냥해서 먹었던 형제가 흑사병에 걸린 일이 올 7월에 중국 내몽고 지역에서 발생했다. 또한 몽골에서는 죽은 마못과 접촉한 6살 아이와 마못을 잡아 먹은 39살 주민이 흑사병 의심증상을 나타내어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좀 낯설은 마못이란 동물은 설치류인데 큰 쥐처럼 생겼다.
인류에게 가장 공포에 떨게했던 전염병,페스트는 쥐벼룩에 감염된 들쥐, 토끼 등 야생 설치류의 체액, 혈액, 벼룩 등을 매개로 전파된다. 사람 간 전염도 가능하다. 사람 사이에선 환자가 기침할 때 나오는 작은 침방울 등을 통해 감염될 위험이 있다.중국 내몽고와 몽골지역의 주민들은 마치 뒷산의 토끼를 사냥해서 먹는 것처럼 마못을 사냥해서 먹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마못이 흑사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인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페스트 환자는 고열과 고름증상이 나타나는데, 너무 빠른 속도로 전염되는 데다 죽은 시신에 검은 반점이 나타나기 때문에 흑사병(黑死病)이라고도 불린다.그래서 마못을 잡아서 먹으려다 마못으로부터 페스트균에 전염되어 사람들이 흑사병이 걸렸던 것이다. 심지어 마못과 같은 설치류의 생간이 스태미너에 좋다는 속설을 믿고 먹었다가 흑사병에 걸려 죽는 일도 지난해 5월에도 발생했다. 흑사병은 치사율이 30~100 %나 되는 아주 무서운 감염병이다.

중국에서는 최근뿐만 아니라 오래 전부터 여러 차례 흑사병이 발생했었다. 중국 동북지역에서 1911년에서 1922년 사이에 흑사병이 대유행하여 7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중국 차이신왕의 보도에 의하면 1990년에 74명, 1996년에 95명, 2000년에 253명, 2001년에 90명 등의 흑사병 환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2011년 이후에는 흑사병 환자가 많이 감소해 일년에 한자리 수 이하로 발생하고 있다.
위의 사례만 보면 흑사병이 중국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 같지만 미국과 아프리카에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7건 정도의 흑사병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2010년~2015년 사이에 전세계에서 3,248명의 흑사병 환자가 발생했다. 대륙별로 구분해서 보면 아프리카에서 3,123명, 미주 108명, 아시아 17명이다. 즉 전세계 흑사병 환자의 92 %가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과 마다가스카르에서 발생하였다. 이처럼 흑사병이 일부 지역에 풍토병으로 남아있어 지속적으로 환자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밝혔다.

◆중세 유럽에 창궐했던 흑사병
이제 중세시대 유럽을 보자.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으로 2천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흑사병의 기원은 유럽이 아닌 중국이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흑사병은 아주 오래 전에 중국에서 설치류와 같은 동물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풍토병이었다. 그런데 몽골제국이 중국의 금나라를 정복하던 시기에 사람들이 야생 설치류 동물을 사냥해서 먹으면서 설치류의 몸에 있던 페스트균이 사람에게로 옮겨와 흑사병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사람들 사이에 전파되던 흑사병이 몽골군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흑사병이 몽골군에 의해 유럽으로 처음 들어온 때가 1347년경이다. 당시 몽골군이 크림반도 동부의 페오도시야를 공격하고 있었다. 몽골군이 흑사병으로 사망한 시체를 투석기를 이용하여 페오도시야 성 안으로 던져넣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생물무기를 사용한 셈이다. 이 일로 인해 페오도시야 성내에 흑사병 환자가 많이 생겨났고 점차 유럽의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1348년에 프랑스 전역으로 퍼지더니 1349년에는 영국의 런던과 스코틀랜드까지 퍼졌다. 급기야 1350년에 거의 대부분의 유럽 지역으로 흑사병이 확산되었다. 이후 1351년에 흑사병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이미 유럽에서 2천만 여명이나 사망자를 발생시킨 후였다.

◆21세기의 흑사병, 중세시대와 무엇이 다를까?
최근 발생하고 있는 21세기의 흑사병과 중세시대의 흑사병과 어떻게 다를까?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중세시대나 요즘이나 흑사병의 원인인 페스트균의 DNA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요즘도 중세시대처럼 흑사병이 세계 대유행으로 확산될 수도 있을까?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세계 여러 지역에서 흑사병이 종종 발생하지만 이것이 전세계로 확산되어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낮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 중세 유럽으로 가보자. 당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흑사병에 걸려서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그 감염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떤 경로로 감염되는지도 몰랐다. 또한 감염에 대한 예방이나 통제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속수무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당시에 대도시가 형성되어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되어 살아가고 있었지만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오물이 방치되는 등 도시의 위생이 불결하여 쥐들이 들끓었던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페스트균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던 것이다.
이에 반해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밀집하여 모여살기는 하지만 잘 갖춰진 상하수도 시설을 비롯하여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도시의 구석구석을 방역하여 감염병의 확산을 예방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에 흑사병에 감염이 되더라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여러 항생제들이 있다. 독시사이클린, 레보플록사신, 스트렙토마이신 등의 항생제를 조기에 투여하면 흑사병 환자의 치사율을 많이 낮출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방역조치와 확산방지 방안들이 마련되어 있어서 흑사병이 발생하더라도 크게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흑사병은 1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흑사병이 발생한 사례는 전혀 없다. 질병관리본부는 흑사병이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확산될 가능성이 낮으며, 만약에 국내에서 흑사병이 발생하더라도 치료와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흑사병이 풍토병으로 자리잡은 아프리카 지역이나 중국 내몽고와 몽골 지역을 여행할 때에는 야생동물이나 환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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