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장애인 어떡해"…코로나 돌봄 매뉴얼' 마련을

입력 2020-12-21 15:49:44 수정 2020-12-21 20:44:08

중증장애인 입원 시 보호인력 투입 어려워…생존권 위협 대책 촉구
'뇌병변 3급 보호 인력 없어 주변 환자 도움으로 활동"
투쟁단, 포항시청 앞 회견 "긴급 돌봄 매뉴얼 마련을"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이 지난 18일 포항시청 앞에서 코로나19 치료 중 중증장애인들의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신동우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장애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장애인 단체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이하 투쟁단)은 최근 포항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진 장애인에 대한 긴급돌봄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쟁단이 이같은 요구를 하게 된 것은 뇌병변 3급의 A씨의 사연이 알려지면서다. 포항시 남구에 살던 A씨는 지난 1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신을 찾은 방문보호사에게서 전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항의료원 병상이 부족한 탓에 A씨는 집과 약 2시간 떨어진 안동의료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왼쪽 팔·다리를 쓰지 못할 뿐 아니라 혈관성치매로 인한 인지장애까지 갖고 있어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한다.

때문에 A씨의 가족은 "아내 곁에 누군가 꼭 있어야 한다. 인력이 없다면 코로나19에 걸려도 좋으니 어머니라도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며 포항시청과 경북도청에 수차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A씨에게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으며 3인실 병상에서 다른 환자들의 도움으로 힘든 생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A씨 가족의 주장이다.

A씨의 남편은 "아내는 혼자 걷지도 못하고 치매로 식사도 할 수 없다. '2시간마다 방호복 입은 간호사가 약봉지만 주고 갈 뿐'이라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눈물만 흘렀다"면서 "오히려 병원 관계자는 아내가 사람이 없을 때 복도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등 사고 위험이 있다면서 '통제가 안된다면 어쩔 수 없이 신경안정제를 투입하거나 팔다리를 묶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투쟁단은 "이미 6월과 9월 포항시 등에 장애인에 대한 코로나19 치료 매뉴얼 수립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격리시설 내 장애인·노약자 등을 위한 편의시설 확보 ▷전동휠체어 이용자 이동대책 마련 ▷장애인 확진자 치료를 위한 격리시설 지정 ▷격리시설 수용 시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입 인원 확보 등을 촉구했다.

송정현 투쟁단 공동단장은 "A씨가 안동의료원에 입원할 때에도 아무런 장애인 안전장치나 보호인력없이 혼자 구급차 뒤에 누워 2시간을 이동했다. 장애인에 대한 고민 자체가 처음부터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공감하고 의료진들의 수고에도 감사한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돌봄 방치는 코로나19보다 더한 살인행위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동의료원 측은 "의료인력이 워낙 부족해 치매환자나 장애인 등 초기 적응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첫 날에만 신경안정제를 투입하는 메뉴얼이 있다. 장애인이 아니라도 24시간 콜을 하면 간호인력이 즉시 달려가도록 돼 있어 A씨도 언제든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현재 A씨는 의료진의 지시에도 잘 따르는 등 병원 치료에 문제가 없다. 첫 날에는 그저 낯선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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