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활동 활발하게 하던 사람, 30대·60대 이상 여성 더 취약
평생을 남들로부터 "성격이 정말 밝다"는 말을 듣고 살았던 A(68) 씨는 지난 10월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평소 취미생활과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사교 모임도 많아 연말마다 "송년회하다가 몸살 날 정도"라고 푸념할 만큼 그는 활기차게 살았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모임들이 모두 취소됐고, 손주 양육에 묶여 하루종일 집에만 머무르다보니 폭증하는 스트레스를 주체할 수 없었다.
우울증 탓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는 말이 그저 남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는 A씨는 "요즘은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늘 무기력한 상태로 하루를 보낸다. 코로나19가 내 인생을 잿빛으로 만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 즉 코로나 우울증 또는 코로나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김성미 마음과마음 정신과 원장은 "신규 환자도 10%가량 증가했고, 기존 환자들 중에도 3명 중 1명은 코로나 사태로 증세가 더욱 심해진 것 같다"고 했다.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려워지다보니 겪게 되는 우울감, 언제 어디서 코로나에 감염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 남에게 감염을 확산해 불편을 끼칠 수 있다는 강박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 변화 보고서Ⅱ'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신경·정신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증상은 특히 어린 자녀를 둔 30대 여성과 60대 이상 여성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자폐, 정신지체 등 기존 정신장애를 가진 아이와 보호자들은 코로나19로 기존 생활패턴이 무너지면서 더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정성훈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코로나 블루는 평소 활발한 외부 활동을 했던 이들에게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특히 여성 노년층 환자가 증가했고, 보육 문제에 시달리는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 우울·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고 했다.
정 원장은 "정신장애아들의 경우 일정한 생활 패턴을 바꾸지 않고 원래대로 지키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일생상활이 무너지면서 평소와 다른 생활 환경에 놓이면 충동공격성이 강해져 아이와 부모 모두 힘들어 한다"고 했다.
김성미 원장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취미와 생활습관을 만드는 등 홀로 시간을 보내는 법에 익숙해지고, 얼굴을 맞대진 못해도 잦은 전화 통화를 통해 안부를 챙기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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