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깡패다’ vs '‘반짝 스타 한 둘이었나!’ 의견 엇갈려, 지지여론 지속여부 관건
지지율 고공행진, 심상치 않은 최근 발언, 징계결정으로 권력에 대한 열망 높아져 ‘출마한다’
‘친정’에 부담, '바람' 외 고정 지지기반 부족, '정치인 윤석열' 검증과정 쉽지않아 ‘출마 안 한다’
최근 실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계진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현 정권 심판을 바라는 민심을 담아낼 '국민 후보'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을 사법처리하고 현직 대통령과 '맞짱'을 뜨고 있는 윤 총장 정도면 적임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윤 총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일지는 미지수다. 전직 총장의 대선도전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친정'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면 대권 고지 등정(登頂) 가능성까지 계산해 보고 움직여야 한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에 대한 응원여론의 지속여부가 윤 총장의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지율이 깡패', 중도거점에서 보수진영 흡수 시나리오 거론
윤 총장은 아직 정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없다. 그런데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힌다.
그는 지난 9일 발표된 한길리서치(28.2%)와 리얼미터(25.8%) 여론조사에서 모두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오차범위 이상의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분명 지금은 '윤석열 시대'다.

강단 있는 인기 검사였던 윤 총장은 현 정권 실세 연루사건 수사로 살아있는 권력과 각을 세우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기존 열혈팬에 '적의 적은 우리 편'이라는 분위기가 작동하면서 반(反)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반문진영)까지 지지대열에 합류했다.
이 같은 여론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윤 총장을 정치무대로 데뷔하게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시기의 문제일 뿐 윤 총장의 대권도전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자신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15%를 넘어가면 스스로 대권도전 유혹을 자제하기 힘들다"며 "자신을 옹립하려는 세력이 모여들고 그 거점이 마련되면 국민과 시대의 부름에 응답하라는 지지자들의 요구를 뿌리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적 성원을 받은 사람이 어떻게 개인의 안위만 생각할 수 있느냐'는 부추김까지 더해지면 배겨낼 '공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윤 총장이 검찰총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무리할 생각이라면 할 수 없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국회의원은 "윤 총장이 최근 공식발언에서 '헌법'과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보통 검사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며 "윤 총장의 마음이 정치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특히 윤 총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정치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전직 검찰총장들은 그 자리에서 모두 '전혀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윤 총장은 전례 없이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통상 정치권에서 '정치를 하긴 할 텐데 마땅한 계기가 필요할 때' 윤 총장처럼 운을 뗀다.
또 윤 총장이 여권의 집요한 '찍어내기' 시도에 결국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당한 상황도 정계진출을 결단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력의 힘 앞에 고꾸라져 본 사람일수록 더욱 권력을 추구하게 된다는 논리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 총장이 권력의 힘이 꺾여 쉬는 두 달 동안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며 "와신상담 복귀를 기다리면서 결국 '힘 중에 힘'은 어디서 나오고 자신의 소신을 나랏일에 관철할 수 있는 궁극의 방법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정치권에선 윤 총장이 대권도전에 나선다면 그 방법은 중도에 거점을 마련하고 보수를 흡수하면서 지지세를 확장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총장이 제시하는 '개혁'의 가치에 동조하는 여야 인사들이 중도성향의 '둥지'를 마련한 후 윤 총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기존 야당을 압박(야권후보단일화)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야권에서 민심을 휘어잡을 수 있는 유력한 대권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대안을 찾는 것이 정치권의 생리"라며 "대선국면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야권 분열은 대선 필패'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본인 중심의 후보정리를 요구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반짝 스타 한 둘이었나', 정치인 윤석열 국민검증 통과 쉽지 않아
하지만 윤 총장의 대권도전 결심을 막아서는 현실적인 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검찰지상주의자'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는 윤 총장이 '친정'에 부담이 되는 결정을 할 것이냐다.
윤 총장이 현재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장 큰 명분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인데 정작 본인이 정치에 나서겠다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칫 지금까지 보여준 윤 총장의 결기가 정치입문을 위한 이미지 관리였냐는 역공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중인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국회 출석도 자제하는 총장이 대권도전에 나선다는 것은 임기종료 후라도 몸담았던 조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 여권과의 충돌과정에서 윤 총장이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아는 윤석열의 마지막 직업은 검사"라고 말했다.
특히 자신의 대권가도에 버팀목이 될 조직과 세력에 대한 준비 없이 무턱대고 지지율만 믿고 덤볐다가 허무하게 돌아선 사례를 모를 리 없는 윤 총장이 섣부른 도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박찬종 변호사, 문국현 전 유함킴벌리 사장, 고건 전 국무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은 당대 유력한 기성 정치인을 누르고 여론조사 1위를 달리다 그 바람을 타고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인사들이다.
하지만 용이 돼 승천(대통령 당선)하지는 못 했다. 대권도전 중 중도포기하거나 다른 후보에 흡수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계입문 후 각종 현안을 다루면서 정치권 밖에 있을 때처럼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지지율이 추락했고 일시적 위기를 돌파할 세력 확보를 못 한 탓에 한 번의 위기가 곧 은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멀리 돌아갈 것도 없이 '국민멘토'로 각광을 받았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며 "그나마 안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호남지역 석권하면서 체력을 비축해 지금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간의 위기로 잠시 주춤하더라도 출신지역, 이념적 동질성, 정당조직, 광범위한 조직력을 보유한 팬클럽 등 고정지지층이 있으면 재기가 가능한데 아직 윤 총장에게는 고정지지기반이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선 '민심을 천심처럼 받들되 민심을 전제로 일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지금이야 윤 총장이 '정의의 사도'지만 임기 종료 후 '자연인 윤석열'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계속될지는 알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정치권에선 차기 총장이 임명되고 검찰개혁 차원에서 검찰의 치부가 속속 드러날 경우 '검찰지상주의자'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검찰총장 윤석열'이 아닌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검증이 아직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예를 들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느 쪽을 선택할지. 국민적 분노가 확산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난마처럼 얽힌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윤 총장을 상상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지역의 한 현역 국회의원은 "평생 검사로서 무죄냐 유죄냐를 두고 일도양단의 판단을 해왔고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익숙해 있는 사람이 정치권에 연착륙해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통해서 검사 출신 정치인 리더십의 한계를 경험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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