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표명 뒤 첫 입장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SNS에 정호승 시인의 시를 올리며 "모든 것을 바친다고 했다",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 사랑한다. 존경한다"고 했다.
추 장관은 16일 페이스북에 정호승 시인의 시 '산산조각'을 공유하며 이같이 밝혔다. 추 장관은 "모든 것을 바친다고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며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하얗게 밤을 지샌(지새운)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고 말했다.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는 구절로 시작하는 '산산조각'은 이 시는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화자가 부처의 말을 통해 완벽하거나 남의 기준대로만 살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추 장관은 자신을 시에 나오는 '산산조각이 난 부처'로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은 올해 초 법무부 장관에 부임한 뒤 언론 인터뷰 등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페이스북 등 개인 SNS에 지속적으로 사진과 글을 올리며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한편, 추 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제청을 하는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사의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 다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습니다.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습니다.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하얗게 밤을 지샌 국민 여러분께 바칩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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