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림을 그릴 때 몸이 부자유스러움도 잊어 버린다. 아프면서 그림을 할 수 있겠나 팽게친 내 자식들, 다시 작업실을 만들고 챙기다 보니 어떤 놈은 곰팡이가 생겼고, 어떤 놈은 찢어졌고, 어떤 놈은 생생하다. 작품도 나를 닮아 파란만장하다."(책머리에)
양성옥은 올해 일흔 살의 대구 여류 화가다. 기자는 2019년 전시장 한 퍼포먼스 행사에서 불편한 몸으로 자신의 키만한 빗자루를 들고 기다란 한지 위에 그림을 그려나가던 작가에게 당시 주변의 많은 후배와 동료 작가들이 큰 박수로 화답했던 걸 기억한다.
책의 구성은 제1부 삶과 예술의 편린들, 제2부 투병기, 제3부 아픔을 딛고 소통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제4부 자잘한 일상 속 생의 기쁨을 곰새기고 있다.
대학에서 가정학을 전공하던 지은이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대학생활을 미술학원에서 보냈다. 그러기를 한 3년, 공모전에 작품을 내어 입선을 했고, 46세 때 그림 20여점을 갖고 '나 속의 나'를 주제로 첫 개인전도 열었다. 이윽고 49세 때 미술대학 대학원에 들어가 나이 어린 동기생들과 함께 빡빡한 대학원 일정을 보냈고, 졸업 후 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그러던 중 2005년 50대 중반에 찾아온 불청객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 가는 것만 같았다. 뇌졸중이었다. 사흘 만에 깨어난 그녀는 하루에도 열두 번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고백한다.
여행만이 낯선 풍경을 만나는 건 아니다. 고통의 낯선 풍경도 삶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친절, 종교의 힘으로 마비 증세와 우울증을 어느 정도 극복한 그녀에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역시 미술이었다. 이후 작가는 설치와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이 건재함을 당당히 알리기 시작했다.
70 평생 드라마틱했던 자신의 삶과 예술을 짧고 굵게 되돌아 본 양성옥 산문집의 책머리 제목 '지금 나 살아 있소'는 삶의 깊은 수렁에 빠졌다가 다시 일어선 사람만이 느끼는 존재의 환희이자 사랑의 웅변이다. 157쪽, 1만5천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