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헌호 신부, 천주교대구대교구 소속
최근에 그 가능성에 대해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일이 반복하여 발생했다. 나와 친밀하게 지내 오던 지인 두 명이 며칠간의 차이를 두고 자살이라는 엄청난 일을 감행하여 세상을 떠나 버린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한 것인지, 죽어 버리면 자신이 안고 있는 고통들이 끝날 줄로 생각한 것인지, 남아 있는 우리는 뭐 그만한 고통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다그치며 물어볼 수도 없는 처지가 너무나 가슴 아프고, 그렇지 않아도 허덕이며 견디고 있던 삶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했다. 그들과 함께해 온 삶의 여정이 제법 긴 우리들 중 몇몇은 그들의 죽음으로 뼛속까지 아픈 통증을 느끼며 여운이 오래갈 것 같다고 한다. 나 역시 이들 중 하나로서 생각이 날 때마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 보지만 소용없는 것만 확인한다. 그들이 나와 어떤 관계였는지 지면에 고백하면 독자 여러분도 놀랄 것 같아 이 정도로 줄이겠다.
제법 나이가 든 나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고통들을 감당해 내야만 했고, 그중 어떤 것들은 나에게 그런 것이 오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자살에 대한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어떤 고통도 삶에 대한 애착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었고, 앞으로 자연사할 때까지 올 고통도 그 정도의 힘은 없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누군가 나에게 10억원을 줄 테니 목숨을 내놓겠느냐고 제의해 온다면 아마도 평소 좀처럼 하지 않는 큰 고함 소리로 '정신 나간 소리 좀 하지 마라'고 대꾸할 것이다. 100억원을 제의한다면 '웃기는 소리 좀 하지 마라'고 할 것 같고, 1천억원을 제의한다면 조금 생각하다가 '내 목숨이 그 정도밖에 안 되니?'라고 되물을 것 같다. 1조원을 제의한다면 조금은 망설일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런 소리 좀 그만 해라'고 할 것 같다.
나 한 사람이 이렇게 살아가는 데에는 지구, 태양, 우리 은하, 온 세상 전체가 동원되어 있고, 어김없이 지켜지는 이들 안의 물리, 화학적 법칙들이 동원되어 있다. 또한 나의 부모, 형제, 스승, 친구, 동료, 대한민국 국민, 지구촌 사람들, 식물, 동물 등 여기서 나열하자면 신문의 면수를 늘린다 해도 모자랄 정도로 많은 것이 동원되어 있다. 만약 내가 자살을 한다면 이 모든 것을 무시하는 결단과 행위가 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두 자살자들이 다시 살아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이 모든 죄를 용서하며 감싸 안아 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굳이 해 본다면 1조원의 가치를 훨씬 넘는다. 매 순간마다 그 정도의 가치로 살아가는 것이지만 전 생애 가치가 그렇다는 가정하에 계산을 해 보자. 좀 좋게 김형석 교수님처럼 100살은 산다고 여기면 1년의 가치는 100억원일 것이다. 1개월의 가치는 8억3천만원이고, 하루의 가치는 2천800만원이며, 1시간의 가치는 116만원이고, 1초의 가치는 1만9천290원이나 된다.
세상살이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살아 있는 이 자체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도 이보다 더 값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잃었기에 상실감에 젖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할 것이며, 어떤 고통 때문에 그렇게 할 것인가? 잃은 것이 크고 고통이 크면 그것을 내려놓으면 될 것 아닌가? 모든 것을 내려놓아 아무것도 소유한 것이 없고 아무런 위치에도 있지 않으면 오르기만 할 수 있는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면 될 것 아닌가? 당장 먹을 것이 없다고 알려만 준다면 외면할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며 지역사회와 우리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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