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 연구자
스님과 호랑이와 소나무, 이 그림의 세 주인공이다. 겸재 정선은 당시의 세계명화집인 화보를 응용한 그림도 그렸는데 '송암복호'도 그 중 하나이다. 이 그림의 계기가 된 것은 '고씨화보'라고 했던 '역대명공화보(歷代名公畵譜)'(1603년)에 수록된 6세기 때 중국화가 장승요의 그림이다. 다리를 꼬고 바위에 앉은 스님이 얌전하게 엎드린 호랑이를 쓰다듬는 것은 원본과 같지만 적송과 개울, 멀리 전나무 숲을 배경으로 넣은 것은 다르다. 원래의 화보에는 스님의 석장(錫杖)을 들고 있는 시자스님 뿐 배경은 없다.
호랑이를 복종시켜 거느리는 스님은 석가모니의 제자인 나한 중 인게다 존자라고 한다. 나한은 부처의 덕 높은 제자를 일컫는 산스크리트어 아르하(Arhat)의 음역으로 뜻은 '진리에 응하여 남을 깨우치는 자'이다. 절집에서는 응진전(應眞殿), 나한전을 세워 따로 모시기도 한다. 고려 때 나한신앙이 성행해 왕실에서 나한재를 지내기도 했고 16나한, 18나한, 500나한 등으로 꼽으며 그림으로 그리거나 존상으로 만들어 봉안하기도 했다. 나한은 제각각 신통력이 있어 소원을 들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호랑이를 부리는 존재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산신이 먼저 생각난다. 산이라는 거대한 자연물에 대한 경외심이 산신령이라는 인격신 숭배로 치환되었을 텐데 대부분의 산신도에서 산신은 이 그림처럼 호랑이를 쓰다듬으며 소나무아래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칠성신, 용왕신과 함께 한반도 토착신인 산신은 언제부턴가 불교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찰에서 다른 토착의 신들과 함께 삼성각에 모셔지거나, 산신각에 단독으로 모셔지면서 산신도가 많이 그려지게 되었다. 불화와 무속화로 많이 전하는 18~19세기 산신도 중에는 흰 눈썹과 흰 수염의 백발노인인 옥황상제 형이 많다.
소나무가 주요 배경을 이루는 점, 호랑이 꼬리가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 점 등이 이 그림과 산신도가 닮은 점이어서 중국 화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무색하다. 스님의 모습도 어깨에 걸쳐진 망토처럼 보이는 부분이 단군상이나 일부 산신도와 닮았다. 화보에는 없는 소나무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둥치의 비늘과 가지의 솔잎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그렸다. 스님과 호랑이 못지않게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나무, 평양시 역포 구역에 있는 6세기 후반의 진파리1호분에서부터 당당하게 등장했던 우리나라 소나무다. 이 그림의 뜻은 송수천년(松壽千年)의 축수(祝壽)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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