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귀를 열고 길을 열다

입력 2020-12-19 06:30:00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

귀를 열고 길을 열다

조은희 지음/ 비타베아타

「임기를 시작하는 자리에서 엄마 리더십을 선언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따뜻하고, 깨끗하고, 원칙 있는 구정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한마디로 엄마 마음 행정이라고 할까요? 엄마는 가족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챙깁니다. 그리고 가족 간에 소통을 이루고 화합을 이룹니다. 그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원칙을 지킵니다." '엄마 마음 행정'이라는 말에 잔잔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담대함, 나를 '억척이'로 만들었던 실용주의, 네 편 내 편 따지지 않는 포용과 협력을 나는 엄마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173쪽

조은희는 서울시 최초로 여성부시장을 지냈고, 현 서초구청장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유일한 야당 구청장으로 주목받는 그는, 정파와 이념을 넘어 '주민'을 중심에 둔 일꾼으로 시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이 책에서는 행정 전문가로서 그가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고, 그 고민이 어떻게 대한민국 표준 정책으로 실행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조은희 구청장은 이 책에서 횡단보도 그늘막, 1인가구지원센터, 어르신AI교육 같이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는 정책을 만든 비결에 대해 '귀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작은 목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귀담아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굵직한 정책성과들로 이어져 야간 교통사고 위험성을 줄인 바닥조명 횡단보도, 독박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초의 모자보건소와 공유어린이집 등 혁신적인 생활체감형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한발 앞서 걷는 그의 꿈은 글로벌 플랫폼 도시 서울, 25개 다핵도시로 발전하는 서울로 향한다. 조은희가 꿈꾸는 서울의 모습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그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냉철한 눈으로 보았을 때 서울은 굼뜬 도시가 되어 가고 있다고 말한다. 각종 규제와 철 지난 정치 이념이 서울의 도약을 막고 있으며, 한강의 기적을 일궜던 서울이 "더 이상 미래로 흐르지 못한 채 신음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600년 전통의 역사 도시 서울, 국가 브랜드 파워 10위인 작지만 강한나라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개인의 교체가 아니라 철학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념과 당파를 넘어 누가, 어떤 정치 철학으로, 패러다임을 깨고 서울을 이끌어나갈 것인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일하면서 '여성행복도시'를 만드는 데 온 정성을 기울였으며, 또한 서울시 부시장으로서 시의회·국회·언론 등과 소통하는 등 10년간 서울시 행정 현장에 있었던 그는, 서초구청장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서울의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구상해왔다. 서울의 25개 도시를 5개 권역(도심, 서북, 서남, 동북, 동남권) 혁신 플랫폼으로 하여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글로벌 플랫폼 도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는 글로벌 플랫폼 도시의 담대한 구상 외에도, 청년기본소득, 청년내집주택 방안 등 미래 세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을 얼음 바다를 뚫는 '쇄빙선'에 비유한다. 남들이 모두 어렵다고 하는 일도 '되게' 만드는 담대함과 추진력, 도전 정신을 장착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 정책 구상은 과연 서울의 눈부신 미래를 이끌 수 있을까? 엄마의 마음으로 응답하고 소통하는 '엄마 리더십'은 서울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276쪽. 1만5천원.

▷저자 조은희는

1961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학과, 서울대(국문학 석사), 단국대 대학원(행정학 박사)을 졸업했다. 경향신문 기자, 우먼타임스 편집국장, 청와대 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현재 서초구청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초구청은 횡단보도에 그늘막을 설치, 2017년 서울시자치구 행정우수 사례 우수상을 받았고, 전국 표준 모델로 선정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앞에 설치된 횡단보도 그늘막. 매일신문 DB
서초구청은 횡단보도에 그늘막을 설치, 2017년 서울시자치구 행정우수 사례 우수상을 받았고, 전국 표준 모델로 선정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앞에 설치된 횡단보도 그늘막.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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