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환희의 송가를 부르자

입력 2020-12-15 11:32:52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오늘(12월 16일)은 베토벤의 250번째 생일이다. 생일 축하드려요. 베토벤!

베토벤 탄생 250년을 맞은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베토벤 관련 음악회와 행사가 많이 열렸지만 미간에 주름 잡힌 찡그린 표정의 베토벤이 앓았던 병과 고통, 죽음에 대한 조명은 별로 없었다. 무엇이 베토벤을 괴롭히고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

베토벤은 평생 병에 시달렸다.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았고 얼굴에 뚜렷하던 곰보 자국은 데스마스크에 선명히 나타난다. 또 만성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는데 심적 억압에 의한 신경성, 즉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베토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청력 상실이다. 음악가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기에 실의에 빠진 베토벤은 급기야 유서까지 쓰게 된다. 그렇다면 베토벤의 귀는 왜 들리지 않았을까?

청력 상실은 20대부터 왼쪽에서 시작되어 양쪽으로 퍼졌다. 고음 영역부터 서서히 감소했고 이명(耳鳴)도 있었다. 크고 시끄러운 소리를 유독 견디기 힘들어했다고 한다.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다양한 원인을 추측한다. 매독, 결핵, 티푸스 감염 후유증, 납 중독, 수은 중독, 알코올성 장애, 청신경염 및 신경 위축, 중이경화증(中耳硬化症), 만성 내이염(內耳炎) 및 미로염(迷路炎), 그리고 파제트병 (Paget's disease) 등 많은 병을 의심하지만 가설이 많다는 것은 확실한 원인은 모른다는 방증이 아닐까?

청력 상실의 고통 속에 살았던 베토벤은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한다. 수십 년간 마신 술로 인해 결국 간경변증이 생기고 여러 합병증이 나타났다. 51세에 황달, 9번 교향곡 완성 이듬해에 식도 정맥류 파열로 추정되는 토혈, 다리가 붓고 배에 물이 차서 네 번이나 복수를 뽑았다는 기록이 있다.

간경변증이 악화해 간성혼수에 빠졌고 1827년 3월 24일 천둥·번개에 놀란 베토벤은 눈을 번쩍 뜨면서 하늘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려다가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사후 부검에서 나타난 만성췌장염과 작게 굳은 간 등으로 보아 과음으로 인한 간경변증이 사망원인이었다.

성격이 불같고 과격한 베토벤은 약, 식사, 금주 등 의사 지시를 따르지 않고 맘대로 하며 치료 효과가 없으면 욕하고 의사를 불신해서 자주 주치의를 바꾸었기 때문에 의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의사 말 듣고 술 끊었으면 훌륭한 작품을 더 많이 남겼을 텐데.

매년 송년음악회에 빠지지 않는 곡이 있다. 베토벤 9번 합창 교향곡, 그 중에서도 '환희의 송가'. 인류가 코로나로 큰 어려움에 처한 올 송년에도 환희의 송가를 들을 수 있을까?

비록 지금은 지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환희의 송가를 불러야한다. 질병과 고통, 청력 상실에 굴하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켜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킨 베토벤이 위대하듯 코로나를 극복할 우리 역시 위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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