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DMZ 경계 실패에 대한 오해와 진실

입력 2020-12-18 06:00:00 수정 2020-12-18 06:08:25

GP, GOP 완벽 경계는 군의 과신…북한 대하는 정부 태도에 군 자세도 느슨!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지난달 4일 병력을 태운 트럭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넘어와 동부전선에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가 내려지는 등 수색작전이 전개된 지난달 4일 병력을 태운 트럭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지난달 북한 주민이 동부전선 우리 측 비무장지대(DMZ) GP(감시소초)와 GOP(일반전초)를 뚫은 뒤 민통선 지역을 돌아다니다 붙잡힌 것을 두고 경계 실패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군의 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북한 주민은 DMZ 내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뒤 우리 측 GP 5개를 지나며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어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운용되는 GOP의 철책을 뛰어넘었다. 그는 2박 3일간 군의 최고 경계 지역을 아무 제지 없이 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DMZ는 대한민국의 국경이다. 종전선언이 되지 않은 현 상황으로는 전시에서 적과 대치하는 최전선이다. 남에서 북으로 보면 GOP~GP~추진철책~군사분계선(2km 구간)으로 이어져 있다.

동해안에서 서해안까지 DMZ 전 구간에는 겹겹이 철책이 있고 GOP와 GP에서는 군인들이 열상감시장비(TOD)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촘촘한 감시망에도 북한 민간인에게 우리 국경이 쉽게 뚫린 데 대해 국민은 의아해하고 있다. 국가 예산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국방비에도 국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많다.

국민 정서가 좋지 않음에도 군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자 문책을 최소화했다. 지형이 험준해 경계 작전에 한계가 있고, 시간이 좀 걸렸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북한 주민을 붙잡은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 DMZ에서 수색, 매복 작전을 한 수색대대 복무 경험과 최근 GP소대장을 역임한 관계자 얘기를 통해 이번 경계 실패의 오해와 진실에 접근해 본다.

GP와 GOP가 뚫리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군의 과신이자 국민의 맹신이다. 비무장지대임에도 무장한 채 소대 병력이 근무하는 GP는 북한이 의도하면 언제든지 파괴할 수 있다. GP 내 CCTV는 100m가 한계이고 TOD는 1km 이상을 좌우로 감시하지만 날씨나 지형, 녹음 진 나무 등에 따라 사각지대를 두고 있다.

2012년 북한군 병사가 GOP를 찾아와 노크 귀순을 한 사실도 있는데, 이는 GP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예전 GP나 GOP 근무자는 간첩이나 귀순자를 사살하는 걸 원칙으로 했다. 그런 법이나 규칙은 없었지만, 월남 경로 등에 대한 생존자의 진술이 큰 부담으로 돌아왔기에 선임병으로부터 죽여야 한다는 사실상의 지시를 받았고, 상당수는 그렇게 했다.

GOP는 과학화경계시스템 도입 이전 군인들이 철책을 따라 발로 이동하며 밀어내기식 근무를 할 때는 지금 보다 뚫리지 않았다.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철책을 건드리면 경보음이 울리고, TOD로 먼 거리의 철책을 확인할 수 있지만 기계 고장이나 수리, 근무 소홀 등으로 인한 경계 실패 가능성은 항상 남아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군은 경계 시스템의 부품 나사가 풀려 있어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TOD로 철책을 넘는 상황을 지켜봤음에도 인근 공사로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아 녹화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국경이 뚫린 진실은 국가 보안이고 충분히 은폐, 조작할 수 있기에 군만이 알고 있다. 현장의 군 복무자들은 진실을 알아도 근무 태만 행위 등으로 연루될 수 있기에 입을 다무는 게 일반적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한이 GP 일부를 폭파한 이후에는 경계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선 조치 후 보고' 교전 원칙도 현장 간부의 권한이 줄어들면서 즉각 대응을 못 하는 실정이다.

북한을 상전 대하듯 하는 정부 태도에 경계 근무에 임하는 군인들의 정신자세도 느슨해진 게 분명하다. GP 폭파를 확인하기 위해 오고 가며 악수한 길이 간첩 침투의 통로가 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 같은 군 인식과 근무 방식이라면 GP와 GOP는 앞으로도 여러 형태로 뚫릴 수밖에 없다. 완벽한 경계는 기계에서 나오지 않는다. 우리 군이 정신무장을 가다듬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북의 도발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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