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필체 부드러운 그림…가장 한국인다운 서화집
고향을 그리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발로인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수묵추상화의 길을 연 한국화가 고(故) 서세옥 선생의 미발표 서화집이 대구를 찾았다.
산정(山丁) 서세옥 선생은 192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한학자이자 독립운동을 지원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한문을 공부하다 광복 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가장 우리다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고인은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1955년부터 1995년까지 40년간 서울대 미술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1960년대 초엔 '묵림회'를 결성해 수묵화의 현대화 운동을 주도했고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역임했다. 특히 서세옥 선생은 지난달 29일 향년 91세로 타계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의 예술성을 기리던 많은 이들이 애도를 금치 못했다.
이번에 대구를 찾은 고인의 미발표 서화집은 선생의 나이 76세 때 쓰고 그린 시 4편과 그림 3편이다.
이 서화집은 중국과 도서 무역에 종사하며 평소 고인과 교류한 적이 있는 이병교(65) 씨가 중국 고서화를 건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 받은 것. 이 씨는 지난 8일 16년간 보관하던 서화집의 제자를 부탁하러 고향 지인이자 대구 서예가인 율산 리

홍재 씨를 찾아왔고, 이를 리 씨가 9일 공개함으로써 고인의 미발표 작품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대나무들은 성긴 그림자에 기대고(竹樹扶疏影)/ 매화의 담박한 모습(梅花澹泊容)/ 옛 산을 돌아와 흐르지 않건만(舊山歸未流)/ 풍설은 누구와 따르는가(風雪與誰從)/게으른 산정 70에 여섯 밤 창가에 노안을 시험하여 쓰다.'
서화집은 이렇듯 고인이 말년의 심정을 읊은 한시 4편과 천도복숭아 등 그림 3점으로 구성돼 있으며 필체는 힘이 있는 가운데 부드러우며 그림은 간략하나 고졸함이 돋보인다.
리홍재 서예가는 "산정 서세옥 선생은 시·서·화에 능통한 대가로서 옛 틀에 얽매이지 않는 화법을 구사해 우리나라 수묵추상화의 영역을 개척한, 대구가 낳은 예술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우문기 기자 pody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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