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19세기 후반에 발명되었지만, 당시에는 최상위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업가 헨리 포드는 자동차 생산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조립 공정에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전에는 하루에 2, 3대 생산에 그쳤지만 하루에 수백 대씩 T형 자동차가 쏟아졌다.
대량생산은 자동차 가격을 크게 낮췄다. 1913년만 해도 월급쟁이들은 T형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평균 2년을 모아야 했다. 하지만 1924년에는 3개월치 월급이면 충분했다. 대량으로 쏟아진 자동차는 미국을 크게 변화시켰다. 당시 평범한 미국인들은 한평생 사는 동안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반경 30㎞를 벗어나는 경우가 드물었다. 집집마다 자동차를 갖게 되자 사람들은 전국을 누비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에 도로 공사가 시작됐고,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문화가 번성했다. 대량생산이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높인 것이다.
대량생산은 빛과 함께 긴 그림자도 드리웠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주들은 근로자들에게 단순하고 부분적인 일만 반복하도록 했다. 각 근로자는 자동차 전반에 대해 알 필요가 없었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 사람들은 타인의 업무나 고통을 알 필요가 없었고, 오직 자신이 맡은 작업만 잘 하면 그만이었다. 몰이해와 인간의 부품화가 진행된 것이다.
경북 상주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올해 국내 두 번째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확진 농가에서 기르는 가금류는 18만7천 마리다. 주위 반경 3㎞ 내 3농가에서도 각각 4만4천 마리, 12만 마리, 8만7천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43만8천 마리가 살처분됐다.
AI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겨울에 농가에서 기르는 닭의 3분의 1 이상이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몇 마리가 병에 걸렸다고 나머지 닭까지 살처분하지는 않았다.
살처분은 밀집 사육에 따른 대량 전염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대량 사육으로 닭과 달걀을 저렴하게, 많이 먹을 수 있게 됐지만 해마다 수백만 마리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익이 좀 줄더라도 이제 대량생산에 따른 폐해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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