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시인· 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각자의 시대다. 1인 미디어의 시대. 누구나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는 시대다. 누구라도 각자의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방송할 수 있다. 어떤 콘텐츠가 생산, 유통, 소비되는지 따라잡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소위 말하는 나쁜 뉴스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무엇이 맞는 말인지 분간하기 힘든 시대다. 뉴스가 뉴스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뉴스를 분석하고 그 분석된 뉴스에 대한 찬반에 따라 인간 사회가 수많은 갈래로 나뉘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사회사상가, 문예 비평가, 커뮤니케이션 이론가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부분에서 활약하였다는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의 '미디어가 메시지'라는 말이 있다. 처음 들었을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1인 미디어 시대가 되고 보니 그 말의 뜻이 피부에 와 닿는다.
1인 기업의 시대. 필자 또한 1인 출판사를 하고 있다. 끝에 붙은 글자가 '社'이므로 회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1인 기업을 운영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좀 쑥스럽다. 내가 나의 고용주이자 내가 나의 고용인이기도 하니까.
1인 가구의 시대. 3가구 중 1가구가 1인 가구라고 한다. 대가족이 모여 한집에 살던 시대의 향수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제는 그런 시간이 올 것 같지도 않다. 각자의 집에서 세분된 개인이 어떻게든 생존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 아무래도 암울한 느낌을 떨쳐내기 어렵다.
각자의 시대에는 각자만의 효용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들이 차고 넘친다. 혼자 음악을 듣기 위한 이어폰, 인간의 삶과 도저히 떼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된 스마트폰은 물론이거니와 먹는 음식조차도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생산 유통되고 있다. '혼밥', '혼술'이라는 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코로나19 시대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우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훨씬 강화된 각자의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구(인류)의 언어를 쓴다면 그래서 인간과 말이 통한다면 무슨 말로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설득할 수 있을까. 어떤 조건을 내걸어 휴전, 더 나아가 종전 선언까지 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와의 협상 자리에 나오기는 할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들의 해산을 명령하고 인간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화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각자의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각자이되 각자가 아닌 삶. 올해는 많은 일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도 들었으나 찬찬히 살펴보니 편리한 구석도 많았던 것 같다. 오히려 그 동안 꼭 만나지 않아도 될 일을 어떤 핑계를 대고 만났던 것일 수도 있다.
아무리 각자의 시대를 산다고 하지만 사람 냄새가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다. 살을 부비고 마주 앉아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고 큰 소리로 웃던 일상 또한 그립다. 각자의 시대는 우리에게 던져진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그에 대한 답 또한 각자가 찾아야 하겠지만 우리는 다시 곧 우리가 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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