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이 남자가 범인"…포항 금은방 강도 범행 정황

입력 2020-12-02 15:52:15 수정 2020-12-04 15:41:29

주인과 친분 쌓고 수면제 음료 건넨 듯
수차례 거래로 얼굴 익혔을 듯…면식범 가능성 무게 두고 수사
경찰 아직도 범인 단서 못찾아

매일신문 | 경북 포항에서 금은방 절도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1일 오후 강도 사건이 발생한 포항시 북구 죽도동 금은방. 배형욱 기자

경북 포항에서 대낮에 금은방 강도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범인 추적에 나선 가운데(매일신문 2일 자 10면), 이번 범행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됐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일 도난 사건이 발생한 금은방은 포항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 건너편에 있는 데다, 왕복 4차선 도로를 끼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떻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범행이 일어났는지 여러 의문점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2일 포항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범인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성이 이 금은방으로 들어간 시각은 지난 1일 오후 2시 40분쯤이다. 손님으로 가장한 남성은 금은방 주인 A(65) 씨에게 수면 성분이 든 병음료를 건넸고, A씨는 이를 먹고 정신을 잃었다.

남성은 이 틈을 타 진열장 5칸 속 귀금속과 현금 등 2억3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뒤 매장 안팎을 찍는 폐쇄회로(CC) TV의 영상 저장장치와 병음료도 챙겨 오후 3시 40분쯤 가게를 빠져나왔다. 이어 차들이 달리는 도로를 가로질러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 장면은 매일신문이 확보한 도난 사건 금은방 인근 CCTV에서도 일부 확인됐다.

지난 1일 오후 강도 사건이 발생한 포항시 북구 죽도동 금은방. 배형욱 기자

소파에 쓰러져있던 A씨는 오후 6시 48분쯤 아들에게 발견됐다. 아들은 비상벨을 눌러 사설 경비업체를 부른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A씨가 왜 음료를 마셨느냐는 부분이다. 금은방 인근 상인들은 범인이 범행 이전에도 금은방에 여러 차례 들러 거래를 하며 얼굴을 익혔을 것이라고 했다. 한 상인은 "범인이 금은방에 몇 번 와서 소소하게 거래하고 친분을 쌓았던 걸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음료를 줬어도 의심 없이 마셨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경찰도 A씨에게 이 같은 진술을 들었으며, 면식범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근 상인들은 취약한 치안환경도 범행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범행 장소 인근 금은방 주인 B씨는 "강·절도 사건이 발생하면 순찰 인력과 장비를 배치하지만 그때만 반짝이다. 최근 순찰활동을 본 기억이 없다"며 "이 일대에 금은방이 6개나 집중돼 있다. 치안 강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경찰은 달아난 범인의 뒤를 쫓고 있지만 추적의 단서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금은방 인근 CCTV에 찍힌 범인의 모습과 진술 등을 토대로 범인의 도주 경로를 뒤쫓고 있다"며 "아직 뚜렷한 흔적은 찾지 못했지만, 하루빨리 검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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