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감염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스스로 실험도구가 된 과학자가 있다. 러시아 출신 알렉산더 체푸르노프 박사는 코로나에 감염되었다가 회복한 후 코로나 항체 연구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항체가 감소하는 것을 발견하고 재감염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 코로나 환자와 다시 접촉하였다.
비단 체푸르노프 뿐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이 의학 연구에 기꺼이 자기 몸을 내놓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은 유산균음료 광고에 출연해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베리 마셜 박사다.
호주 병리학자 로빈 워런은 위염 환자의 위 조직 표본에서 세균을 발견하고 이 세균이 위염이나 위궤양의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하였지만 오히려 비웃음만 샀다. 강산성인 위액 속에는 어떤 세균도 살지 못한다는 것이 당시 통념이었다. 하지만 동료 배리 마셜 박사만은 이 주장에 공감하여 헬리코박터균이 위염과 위궤양, 위암의 원인임을 증명하고자 했으나 적당한 실험동물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스스로 헬리코박터 배양균을 마시고 심한 위염을 앓은 후 이를 증명하였고, 그 연구 공로로 마셜과 워런은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독일 의학자 베르터 포르스만은 자기 혈관을 자른 후 가느다란 고무관 (카테터)을 심장까지 삽입하여 심장도관술을 개발하였고 195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 하지만 모든 희생적 연구가 그에 걸맞은 충분한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대변 속 촌충알을 먹어 감염 과정을 밝힌 기생충학자 조반니 바티스타 그라씨, 말초 신경 손상 후 감각 회복 과정을 조사하기 위해 자기 신경을 잘라낸 영국 신경학자 헨리 헤드, 거미 독성 연구를 위해 검은과부독거미에게 물린 미국 의사 알란 블레어, 혈액 속 물질이 혈소판을 파괴해 면역혈소판감소증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아내고자 환자 혈액을 자신에게 주입한 미국 혈액 학자 윌리엄 해링턴 등은 죽을 고생 끝에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였지만 운이 따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고질적인 '페루 사마귀병'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환자 사마귀에서 뽑은 혈액을 자기 몸에 주사 후 죽은 페루 의대생 다니엘 카리온은 사후 그 병이 '카리온 병'이라 불리게 되었으니 이름이라도 남겼지만, 모기가 황열병을 옮긴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자진해서 황열병모기에 물렸다가 사망한 미국 군의관 제시 윌리엄, 마취제로 쓰이던 코카인 부작용을 알아보고자 자기 몸에 코카인을 대량 주사했다가 죽은 에드윈 캐츠키 등 목숨을 잃은 의사도 적지 않았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즉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그 일에 미친 듯이 매달려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의학뿐 아니라 역사는 때로는 미친 듯 보이는 사람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퇴치를 위해 미친 듯 연구하고 환자를 돌보는 많은 이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김성호 대구파티마병원 신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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