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내로남불’ 분노의 심리학

입력 2020-12-01 05:00:00 수정 2020-12-01 09:56:23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사람은 타인의 위선적 행동에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갖는다.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도 마찬가지다. 왜 그런지를 설명해 주는 심리학 이론이 있다. '거짓신호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타인의 비도덕성을 비난하는 인간 행위는 '나는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는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난을 한 이가 사실 나쁜 사람이며 비난 행위가 '거짓신호'라는 점을 알게 되면 인간은 속았다는 생각에 더 큰 분노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인간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기질을 갖는다. 하지만 내로남불도 정도껏이고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정치인의 내로남불은 공동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기에 큰 분노를 부른다. 현 정권이 딱 그 짝이다. 누구보다 정의로운 척했는데 하나둘 드러난 밑바닥을 보니 역대급 내로남불이다.

게다가 무능하기까지 하다. 집권 이후 딱히 떠오르는 성과가 없다. 초기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던 대북 정책은 빛이 바랬고, 여당의 총선 압승을 이끈 K방역도 코로나19 감염병 3차 대유행 조짐으로 위태롭다. 민생은 부동산 대란과 경제난으로 처참하다. 거기에 집권 세력의 행태마저 내로남불의 연속이니 국민들은 화가 치밀 수밖에 없다.

조국 및 윤미향 사태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정권 차원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가 빚어지면서 정치가 진영 논리에 온통 빠져들고 있다. 조국 수사 때부터 미운털이 박혔는데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로 검찰의 칼끝이 권력 심장부를 겨냥할 조짐을 보이자 여권에서는 윤 총장을 "감방에 보내야 한다"는 소리마저 공공연히 해대고 있다. 적폐 청산 수사의 적임자라고 추켜세우던 인물을 1년 사이에 적폐 청산 대상 1호로 둔갑시켜 버리는 희대의 뒤집기다.

내로남불 유행어가 만들어진 것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희태 당시 신한국당 의원의 국회 발언이 계기가 됐다.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하면 투자, 남이 사면 투기라는 식이다." 발언 당사자가 캐디 성추행 물의에 연루돼 말년에 스스로 내로남불 덫에 빠져 버렸지만, 말의 유효성만은 24년이 지난 지금 현 집권 세력의 뼈를 때리는 촌철살인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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