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죽을 자리 향해 달려가는 文정권

입력 2020-12-01 05:00:00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 대표,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 대표, 문 대통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만큼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가 몰고 올 후폭풍(後爆風)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실제로 전대미문의 검란(檢亂)이 현실화하고,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 정권이 '조국 사태'보다 더 큰 위기에 몰렸다. 이를 무릅쓰면서 문 대통령과 정권이 윤 총장을 쫓아내려는 이유는 뭘까.

문 정권이 윤 총장을 서둘러 찍어내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윤 총장을 이대로 놔뒀다가는 정권에 치명적인 비리들이 드러나 재집권(再執權)이 물 건너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강세를 보이는 윤 총장을 야인(野人)으로 만들어 대권 주자가 될 싹을 잘라 버리려는 의도도 깔렸다.

둘 중 전자(前者)가 결정적 불쏘시개가 됐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수사를 하는 대전지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가 발표되기 일주일 전 대검찰청에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보고했다. 영장이 발부되면 수사가 날개를 달 것이고,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는 물론 문 대통령을 겨눌 게 뻔하다. 다급하게 윤 총장 목을 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정권 비리 혐의로 이렇게 많이 검찰에 '목줄'을 잡힌 정권도 없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경제성 조작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관여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옵티머스·라임 등 재집권에 치명상을 주고도 남을 사건들이 숱하다. 윤 총장을 제거해 정권 비리를 덮어 정권 안녕을 지키고, 재집권에 장애가 될 폭탄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과 정권 사람들은 재집권에 실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trauma)를 갖고 있다. 폐족(廢族)으로 추락했던 기억을 공유(共有)하고 있다.

'집단의식'은 '집단행동'으로 표출되는 법. 윤 총장 몰아내기에 정권이 총동원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문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20, 50년 집권을 들먹이며 재집권에 맞춰 국정을 운영했다. 윤 총장 찍어내기를 비롯한 무리한 일들이 쏟아진 까닭도 여기에 있다.

부산시장을 야당에 내주면 대선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가덕도신공항 카드를 들고나왔다. 김해신공항보다 6조원이 더 들어도 개의치 않는다. 부산 선거에서 이겨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면 그만이다. 재난지원금과 엉터리 일자리 만들기 등으로 나랏빚이 폭증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세금을 퍼부어 재집권하면 오케이(OK)일 뿐이다.

부동산과 외교 등에서 실패가 산적(山積)하는데 장관을 경질하지 않는 것도 재집권에 나쁘게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장관을 바꾸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실패를 자인하면 대선에 악재(惡材)가 돼 재집권에 실패할 수 있다고 여긴다.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전·전전 정권, 야당,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정에서 성과를 내고 지지를 받아 재집권하는 것이 순리(順理)이다. 그러나 문 정권은 재집권에 맞춰 국정을 운영한다. 주객(主客)이 뒤바뀐 것이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이러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정권을 놓치면 죽는 줄 알기에 이런 짓을 한다. 나라에 끼치는 폐해를 따지면 차라리 뇌물을 먹는 정권이 낫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런 정권이 재집권하는 것은 턱도 없는 일이다. 결국 재집권에 실패할 것이고,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기를 쓰고 죽을 자리를 향해 달려가는 정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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